민주화된 디지털 마인드 가져야
체계적 교육은 결국 학교의 몫


사람답게 사는 법을 가르치는 인성(人性) 교육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도 인성 교육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겉으로는 더 없이 풍요롭고 편리해졌지만 속으로는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의 부작용이 빚어낸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절박한 반성 때문일 것이다.

착하고 정직하게 살고, 어른을 존경하고, 이웃을 배려하면서 나눔을 실천하고,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기초적인 인성에 대한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기초 인성 교육은 기본적으로 가정과 사회의 몫이 돼야만 한다. 학교에서의 윤리교육 강화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공교육 붕괴를 부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학교가 반드시 책임져야 할 중요한 인성 교육은 따로 있다. 민주화된 과학기술 사회가 요구하는 '과학적 인성' 교육이 바로 그것이다. 과학적 인성은 과학자가 되거나 과학자를 본받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민주화된 과학기술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 모두에게 반드시 요구되는 것이다. 과학적 인성을 갖추지 못하면 복잡한 이해관계에 뒤엉킬 수밖에 없는 사회적 합의 과정에서 제 역할을 할 수가 없다. 이는 방폐장과 광우병 사태를 통해서도 뼈아프게 경험한 진실이다.

과학적 인성이 사회적 차원에서만 필요한 것도 아니다. 과학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대 사회에서 충분한 과학적 인성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개인적인 손해와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다. 과학을 빙자한 엉터리 정보와 광고에 속절없이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중한 건강과 아까운 재산을 포기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과학적 인성의 의미는 명확하다. 자연과 생명, 현대문명에 대한 충분한 현대 과학적 이해가 그 시작이다. 정확한 과학적 이해와 상식을 바탕으로 문제를 합리적으로 파악하고, 이웃과 원만하게 소통하고, 비판적이고 주관적으로 판단하며,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바로 핵심이다. 그같은 과학적 인성은 오직 학교에서의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서만 익힐 수 있다.


현대의 인성에서 과학이 강조되는 이유는 너무나 분명하다. 자연과 생명에 대한 현대 과학적 이해는 인종, 이념, 국가, 지역을 초월해 우리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인류의 유일한 지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여타 영장류와 달리 고도의 문명을 향유(享有)할 수 있게 된 것도 과학이라는 고도의 지식 덕분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과학적 인성은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기술개발의 방향을 설정할 경우에도 반드시 필요하다. 현대의 기술은 우리에게 엄청난 혜택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가공할 부작용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새로운 기술을 무작정 거부하고 규제만 할 수는 없다. 신종플루에서 경험했듯이 자연 생태계에서의 치열한 생존경쟁도 절대로 무시할 수 없다.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물질적 풍요가 전제되지 않는 사회에서의 극심한 사회적 차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진실이다. 현대기술을 포기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역사와 현실을 외면한 무책임한 주장은 결코 우리의 대안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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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전국 고등학교에 새로 도입되는 융합형 '과학'이 바로 그같은 과학적 인성 교육을 목표로 한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과학교육 자체가 빠르게 무너져가는 현실을 감안, 과학적 인성교육을 계기로 학교를 바로세우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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