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기관 여성 취업 20%도 안돼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여성과학기술인에 대한 입지가 갈수록 좁아져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와관련, 경제협력기구(OECD)는 지난해 9월 'OECD 한국 혁신정책 심층분석' 보고서를 통해 한국 여성과학기술인에 대한 '차별 철폐'를 권고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서 여성인력 활용률이 낮다는 것은 우리나라 과학계의 최대 약점중 하나로 지적됐다. 하지만 이같은 권고사실은 6개월후인 지난 3월에나 알려졌다. 실제로 그간 여성과학기술인에 대한 정책적 배려는 계속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전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NIS WEST) 예산은 매년 삭감됐고, 비정규직 여성과학자를 위해 만든 유망 여성과학자 연구비도 정규직 여성과학자를 위한 우수여성과학자연구비와 통합되고 말았다.


여성과학자가 책임급이나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하면 가산점을 줬던 제도마저 없어져 여성과제책임자 비율은 2007년 7.9%에서 2008년 6.1%로 줄었다. 아울러 여성과학기술인력 신규 채용 비율 역시 2005년 18.2%에서 2008년 17.0%로 오히려 감소됐다.

또한 이공계 여성 정규직은 2009년 전체 과학기술인력의 10.4%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 과학경쟁력 제고에 여성 과학기술인력이 상당히 기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계는 여전히 여성 인력에 대해 냉담한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더욱 좁아진 여성과학기술인력 취업문 = 현재 여성의 이공계 석ㆍ박사 양성 규모는 증가 추세다. 2009년 여성과학기술인력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이공계열의 여성 석사 규모는 24.3%로 전년 대비 1.7%, 박사 규모는 20.5%로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하지만 전체 과학기술인력 중 여성의 신규채용 비율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국내 공공 연구기관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0% 이내이며 특히 민간기업 연구기관은 불과 15.7%에 불과하다.


반면 비정규직 채용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훨씬 높다. 여성 비정규직 채용 비율을 보면 공공 연구기관은 30.4%, 민간기업 연구기관은 29.3%로 훌쩍 높아진다. 전체 여성과학기술 인력의 비정규직 비율은 무려 59.3%에 달했다.


남성과학기술인력 비정규직 비율인 26.6%의 두 배가 넘는다. 지금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과학자들 세 명 중 두 명은 비정규직이라는 얘기다. 우수한 여성인력조차 비정규직으로 채용되며 불평등한 고용 조건에 놓여 있는 상황이 한 눈에 드러난다.


여성과학기술인은 일단 채용된다고 해도 경력을 유지해 나가는 일이 쉽지 않다.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과 맞닥뜨려야 하기 때문이다. 출산이나 육아 이후 이공계 전공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눈에 띄게 떨어진다.


2008년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5~29세 무렵 76.3%에 달하는 이공계 전공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출산ㆍ 육아기인 30~34세가 되면 57.9%로 떨어진다. 연구기관 내 보육시설을 설치하고 육아를 위한 근로시간 단축 등 정책적 배려의 필요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승진이 어렵다는 점도 여성과학기술인력의 의욕을 꺾는다. 임원급 이상 여성연구개발 인력 비율은 2008년 3.5%로 극히 낮았다. 이마저도 2005년 4.7%이던 비율이 감소한 것이다. 연구개발활동에서도 과제책임자를 맡는 비율이 6.1%뿐이다. 한마디로 여성들은 '연구할 맛나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공계 여성들 전폭 지원이 필요하다
OECD 국가들은 과학기술분야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지원하는 정책이나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제공중이다. 핀란드는 유럽사회기금을 통해 여성과학기술인의 경력 개발을 지원하고 있으며, 아일랜드는 여성과학기술연구 프로그램을 운영해 경력 향상 보조금이나 기타 지원금 등을 지급한다. 여성연구자나 교수의 고용을 지원하는 강력한 양성평등 채용목표제도 한몫한다.


프랑스는 2015년까지 기업 임원의 절반 이상을 여성으로 채우도록 하는 법을 추진중이며 스웨덴은 박사과정 이후의 여성 연구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과별로 여성 교수 채용 비율을 36%까지 잡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도 여성과학기술인을 위한 정책 제안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여과총)는 올초 여성이 연구책임자나 연구원에 포함됐을 때 가산점을 주던 제도를 부활시키고 출연연 여성연구원 채용할당제를 실시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정책 제안을 내놓았다.


전길자 여과총 회장은 "지난 2003년에서 2006년 사이 국공립 대학 교수 중 전체 20%를 여성으로 채용하는 제도가 실시됐었다"며 그 제도를 통해 많은 여성과학자들이 교수로 임용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해당 제도가 사라진 뒤 여성 교수 임용은 다시 찾아보기 어려워질 정도로 여성들이 피해를 입게 됐다는 것이다. 전회장은 "강력한 정책과 제도 시행이 반드시 뒤따라야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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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간의 비정규직 생활 뒤에야 제주대 생물학과에 교수로 임용된 김명숙 교수는 "긴 세월동안 정말 힘들었다. 아직도 고생하고 있을 후배들과 비정규직 여성과학인들을 생각하면 답답한 마음 뿐이다"라며 여성과학기술인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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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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