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방송사가 제작한 기업인의 성공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의 어려운 상황을 헤치고 성공한 기업인의 대열에 오른 ‘성공시대’였습니다. 여러 기업인이 등장했지만 시선을 멈추게 한 곳은 닭고기와 인연을 맺은 하림이었습니다.
방송은 당시 대통령이 여러 기업인들을 초대해 격려하는 장면으로 시작됐습니다. 기라성 같은 대기업 총수들 사이 국제금융공사(IFC)로부터 외환위기 후 처음으로 거액의 자금유치에 성공한 40대 초반의 젊은 기업인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는 스스로 촌사람이라며 닭만 팔아 당시 한 해 2600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이는 김홍국 사장이었습니다.
김흥국 사장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외할머니께 받은 10여마리 병아리 키우는 것을 시작으로 지금껏 닭과 인연을 맺고 있는 기업인입니다. 병아리 10여마리를 키워 닭으로 팔고 다시 병아리를 구입하고, 닭을 키우고 싶어 주위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농업고로 진학한 어떻게 보면 일찍 자신의 진로를 결정한 소신남입니다.
고교 졸업 후 본격적으로 양계사업에 뛰어들었으나 1982년 전국적인 닭값 폭락으로 한순간에 빚쟁이에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20대 초반의 나이 식품회사에 취직해 와신상담하던 중 한 강연에서 농업이 살 수 있는 길은 가공 유통사업이라는 설명을 듣고 현장에 접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섭니다.
그래서 그가 착안한 것이 ‘삼장(三場)통합’경영입니다. 닭값이 떨어져도 가공식품 값은 내려가지 않는 것을 착안해 사육과 가공을 동시에 하고 유통까지 한다면 보다 안정된 생산과 가격구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논리지요. 그가 말하는 삼장(三場)은 말 그대로 농장?공장?시장으로 세 곳의 마당(場)을 의미합니다.
그 후 병아리 위탁사육시스템을 도입해 지역 농민들에게 병아리와 사료를 제공하며 계약 사육하고 도계장을 인수해 가공시설을 갖추니 대량 사육도 가능하고 농가 수익도 안정돼 사업은 일취월장 했습니다. 그는 1980년대 중반 최근 각광받는 ‘수직형 통합경영’을 낙후된 농업에 적용한 것입니다. 1차, 2차, 3차 산업의 기능을 일관된 공정으로 연계해 통합함으로써 축산 발전의 한 획을 그렸습니다.
‘수직적 통합경영’은 원재료 획득에서 최종 제품의 생산, 판매에 이르는 전체적인 공급과정을 기업이 통제하는 전략으로 철강과 석유정제와 같은 원료산업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수직적 통합은 생산원가의 절감과 물류구조의 개선, 유통마진의 확대, 원료부터 제품까지의 기술적 일관성 등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으나 지난 수십년간 기업이 한 분야에 집중하는 ‘전문화’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1980년대에 철강업체들이 광산을 매각했고 1990년대에는 자동차업체들이 부품부문을 잇따라 분사시켰고 정보통신업체들도 컴퓨터 칩과 저장장치, 조립 등을 한 업체가 함께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불안정한 원자재값, 협력업체들의 재정적인 어려움, 새로운 수익원 창출의 필요성 등 여러 원인이 불거지면서 경영전략이 ‘분해’에서 ‘통합’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오라클이 선마이크로를 인수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컴퓨터 부품을 아우르는 기업을 만들었고 세계 최대 PC업체인 휴렛팩커드는 IT네트워크 기업인 일렉트릭 데이터 시스템즈를 인수한데 이어 소프트웨어 업체인 쓰리콤도 사들였습니다.
보잉도 787드림라이너 제트기 부품을 만드는 합작업체 지분과 공장을 인수했으며 아르셀로 미탈은 러시아와 브라질, 중국의 광산을 잇달아 사들이고 있습니다. 음료업체 펩시코도 유통부분을 직접 관리하기 위해 펩시보틀링과 펩시아메리카스를 인수했습니다.
미국에서 4번째로 큰 식료품 소매체인인 크로커도 1300개 수퍼마켓을 운영하면서 38개 공장에서 땅콩버터, 크래커, 커피 등을 크로커 상표로 생산하고 있으며 15개의 농장과 11개의 제과공장, 송어양식장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량 생산과 수직적 통합을 통해 가격을 내리며 규모의 경제를 도모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내 기업에서도 수직적 통합을 하는 기업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CJ엔터테인먼트는 영화관 체인 CGV를 창립하고 영화 제작과 투자는 물론 배급회사까지 관여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도 하동에 제철소를 건립한데 이어 한보철강을 인수해 일관제철소를 가동함으로써 제철부문을 수직 계열화했습니다.
수직적 통합경영은 원자재부터 부품 생산, 조립, 유통, 소비자에 이르는 공정을 직접 경영함으로써운영비를 절감하고 수요와 공급을 확보하며 제품 시스템의 통제는 물론 기술 혁신도 용이해집니다. 이미 20여년 전 ‘삼장통합’의 경영으로 새 장을 열고 지금은 닭고기에서 돼지고기, 오리고기, 한우까지 취급하며 사료회사와 유통망까지 갖춘 기업으로 발전한 한 기업의 성장이 어디까지일지 기대됩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월 150만원 견디느니, 美 가서 5억 벌죠" 서울대...
격변하는 기업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은 매섭습니다. 어느 기업이 한 발 먼저 생각하고 한 발 앞서 가냐가 기업 미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오늘 ‘수직적 통합 경영’을 꾀하는 기업들을 생각하며 다시 어렵다는 요즈음 기업들의 파이팅을 응원합니다.
@include $docRoot.'/uhtml/article_relate.php';?>
[아시아경제 증권방송] - 3개월 연속 100% 수익 초과 달성!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