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여덟 살 난 아이가 외출만 했다하면 병뚜껑이며 버려진 쇼핑백을 주워오고 시간이 날 때마다 그것을 들여다보고 있다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영어 단어 하나라도 더 외우게 하기 위해' 또는 '수학 학습지를 풀게 하려고' 아이에게 싫은 소리를 해댈 것이다. 하지만 1938년, 미국 오마하 시내의 한 소년은 그런 행동들에 방해를 받지 않았고, 숫자를 세고 돈에 대한 관심을 키우며 세계적인 '투자의 귀재'가 됐다.


버핏은 여덟 살 되던 해에 병뚜껑을 자꾸 모아 집으로 가져왔다. 집 근처 오마하 시내의 술집과 슈퍼마켓을 돌아다니며 병뚜껑을 모으는 그의 행동은 가족들도, 친구들도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버핏의 방과 지하실에는 술병과 음료수병의 뚜껑이 수북이 쌓였고, 그는 틈만 나면 그것을 들여다보고 숫자를 세곤 했다.

그러나 버핏은 병뚜껑을 통해 자신이 사는 동네의 술과 음료에 대한 '수요'를 파악할 수 있었다. 병뚜껑을 종류별로 구분했고, 숫자를 셈해 어떤 병뚜껑이 어떤 순서대로 많은지 파악했다. 당시 버핏에게 이것은 단순한 놀이에 불과했지만, 숫자에 대한 관심과 시장을 분석하려는 본능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됐다. 허리에 차는 환전기를 항상 가지고 다니면서 여기저기서 돈을 바꿔주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 코카콜라를 2배 값에 파는 것은 어린 버핏에게 '놀이'였다. 그는 본인이 경험한 최초의 사업에 대해 이렇게 회상했다.


"내가 우리 가족이 운영하던 버핏 앤드 선에서 6개짜리 코카콜라 한 팩을 25센트에 사서 이웃에게 한 병당 5센트를 받고 판 것은 확실히 1936년(당시 6세)의 일입니다. 이런 고수익 소매사업을 통해 나는 제품이 갖고 있는 놀라운 소비자 흡입력과 상업적 가능성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워렌버핏 평전 중에서 발췌)"

그의 가족들도 '숫자와 함께 살고 호흡하는 아이'라고 버핏을 기억했다. 야구카드에 있는 통계수치를 외우고 자동차 번호판, 집 앞을 지나가는 자동차의 종류별 대수에 이르기까지 모든 숫자를 외웠다. 미국의 도시와 인구수를 모두 외워 그 자리에서 줄줄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하니 지금이었다면 '신동'소리를 들었을 법 하다.


이 처럼 다른 사람이 전해주는 단순한 추측성 숫자가 아니라, 버핏은 본인 스스로 숫자를 셈하고 찾고 정확하게 암기했다. 그는 결코 전통적인 지혜에 의존하는 법이 없다.


"전통적인 지혜란 흔히 전통만 강조할 뿐 정작 지혜는 뒷전이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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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의 허를 찌르는 한마디다. 비롯 휴지통을 뒤져서 병뚜껑을 세는 일일지라도 숫자와 지혜를 엮어내려는 노력에서 '세계적인 투자의 귀재'는 탄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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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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