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고래는 무서운 바다의 육식동물입니다. 그러나 그가 보여주는 묘기는 매우 아름답습니다. 그런 묘기가 어디서 나올까요? 조련사의 칭찬입니다.


켄 블랜차드 박사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의 저자입니다. 그의 논리를 들어보면 인간도 범고래와 다를 바 없습니다. 그는 진정한 경쟁력이 최고경영자와 직원 간 신뢰관계에서 나온다고 말합니다. 칭찬은 신뢰를 높여주는 촉매제 역할을 합니다.

범고래가 관객을 감동시키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출연하는 고래 한 마리 한 마리의 신뢰와 우정을 쌓아주는 것입니다. 신뢰관계와 우정을 쌓게 하는 것은 조련사의 몫입니다. 기업이나 거기에 근무하는 직원, 고객 간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신뢰는 경쟁기업이 절대로 모방할 수 없습니다. 빼앗아 갈 수도 없습니다.


기업이 단기적인 성과를 목표로 삼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직원과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성과’와 ‘사람’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으면 훌륭한 리더입니다.

직원을 신뢰하고 대폭적으로 권한을 위임하는 것으로 알려진 사우스웨스트 항공사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항공사는 뜻밖에도 항공료가 저렴하고 서비스가 좋으며 미국에서 노조활동이 가장 활발한 항공사이기도 합니다. 전체 직원 중 노조에 가입한 근로자의 비율이 85%에 이르지만 파업은 15년 동안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또 조종사 노조와 운항 노조는 각각 압도적 지지로 10개년과 12개년 노사합의서를 체결한 바 있습니다.


이 항공사의 창업자인 허브 캘러허 사장은 직원들과 대화하기로 유명하며 노사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는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입니다. 그는 오랜시간 동안 이타적이고 수평적이며 신뢰를 기반으로 한 기업문화를 구축해 노조와 회사가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을 갖도록 했습니다. 장기 노사합의서에는 임금 인상보다 배당수익을 늘리기로 하는 것이 포함될 정도입니다.


세계적 의료기기 유통업체인 PSS 월드메디컬도 상사를 해고할 수 있을 정도로 직원들에게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상사를 해고하는 과정은 직원이 사장이나 다른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상사에 대한 불만이 많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그러면 사장이나 다른 고위 임원이 지점을 방문해 리더가 없는 상태에서 전체 직원 모임을 열어 의견을 들어 봅니다.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들어 본 뒤 리더를 들어오게 합니다.


물론 자신이 거느리는 직원에 의해서 해고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단지 그러한 경우를 통해서 서로 솔직히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것입니다. 그리고 결과에 상관없이 문제를 제기한 사람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고 오히려 칭찬을 합니다. 실제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그들에 맞는 다른 부서나 지점에서 일할 수 있도록 주선하는 등 배려도 잊지 않습니다.


말단 직원부터 신뢰가 쌓이면 직원들은 의욕적으로 일하고 각자 자신의 업무에서 끊임없이 개선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상사를 해고할 권리’가 회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일하는 자세를 만드는 기업 가치이자 기업 문화의 세부적인 실행방안 중 하나인 것입니다.


신뢰경영의 정의는 학자들에 따라 분분하지만 ‘조직 구성원들이 상호 간 공유할 수 있는 기대 수준대로 잘 해 낼 것이라는 믿음’이라고 흔히 말합니다. 경영진과 구성원, 구성원과 구성원, 고객과 기업 사이의 신뢰 수준이 높을 때 기업의 경쟁력이 커지며 인사 제도 등도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성공적으로 신뢰경영을 하려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전문가들은 먼저 기업에 인재중시 철학이 확립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경영진이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을 귀중하게 자산과 파트너로 여겨야 합니다. 기업 성과는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열정과 능력, 에너지로부터 나오고 경영진이 일관성 있게 구성원들을 배려할 때 성과는 배가 됩니다.


또 권한과 책임이 명확한 조직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경영진과 구성원들 간에 수행해야 할 역할이 불분명하고 애매하다면 구성원들이 책임과 소신을 갖고 업무를 수행할 수 없으며 경영진과 구성원 간의 신뢰는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경영진과 구성원 간의 실질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고 주문합니다. 커뮤니케이션의 양은 많지만 질이 떨어진다면 대화는 겉돌고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하는 결과를 낳고 맙니다. 실제 국내 한 연구소 설문조사에서도 개방적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정착된 기업은 20% 정도에 불과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특히 경영진의 언행 불일치와 인사권 남용, 기존의 성공 체험이나 관행에 안주하는 모습 등은 가장 경계해야할 것들입니다. 경영진 스스로가 먼저 솔선수범하고 문제 해결의 단서를 제공해야 구성원간의 신뢰관계가 더욱 돈독해 집니다.


구성원들의 신뢰가 정착된 기업은 대체로 조직의 혁신 사이클도 짧습니다. 변화가 조직 내에 빠르게 스며들며 새로운 것에 대한 적응도 수월합니다. 서로간의 믿음은 저항을 최소화하고 보수적인 사고와 타성을 벗어나게 합니다. 실제로 상사와 부하 사이 믿음이 형성돼있지 않다면 부하는 상사가 원하는 대로 일하기가 꺼림직 하고 상사는 일을 맡겨도 불안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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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우리 사회는 불신이 팽배합니다. 서로를 경계하고 믿지 못하며 발목잡기에 능한 경쟁사회가 되어 갑니다. 한 조직에서라도 이를 타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의 회사는, 여러분의 주변은 어떻습니까. 한번쯤 곰곰이 생각해 보는 하루가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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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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