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9월에 있었던 일입니다. 위스콘신주 43번 도로에서 운전자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그 이유는 모욕적인 손짓 때문입니다. 이 사건으로 차 유리가 깨지고 한 운전자는 코가 부러졌습니다.


1995년 7월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뉴욕 양키스의 투수인 잭 맥도웰은 관중들의 조롱을 받았습니다. 경기장을 물러나던 그가 중지(中指)를 세우고 휘둘렀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행동이었지만 그의 행동은 엄청난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관중을 야유하는 제스처를 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실린 신문이 전국적으로 배포됐습니다. 이후 그는 “어리석은 행동을 했다”며 사과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사과로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구단 측의 요구에 의해 5000달러의 벌금을 물고서야 일단락되기에 이르렀습니다.


1966년 8월 방글라데시에선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해운장관 A.S.M. 압둘 라브의 도발적인 손가락 제스처가 문제가 됐고 야당 의원들의 격렬한 분노로 국회 개회 현장이 일대 혼란에 빠지게 됐습니다.

심한 모욕으로 간주되는 엄지 제스처 때문이었습니다. 그의 행동은 결국 의회뿐만 아니라 국민에 대한 모욕으로 간주되기에 이르렀지요. 동료의원들과 국민들로부터의 심한 저항에 직면한 그는 결국 대국민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로저 E. 액스텔이 지은 ‘숨겨진 파워 제스처’에서 인용)


손가락 하나를 잘못 사용한 제스처가 뭐가 그렇게 잘못된 것일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소한 제스처가 이처럼 큰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된 것입니다. 사려 깊지 못한 제스처가 아주 강력하고 모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사소한 손짓이 이처럼 중요한데 우리의 정치현실은 어떻습니까? 도를 넘어선 막장식 말과 행동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국민을 담보로 한 싸움에 정치혐오증도 위험수위를 넘겼습니다.


그런데도 정치판은 지금 뜨거운 용광로와 같습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세종시 싸움이 그치질 않습니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까지 앞두고 있으니 그 싸움이 그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고, 계절은 바뀌었지만 싸움에는 계절이 없습니다. 결과는 갈등과 분열로 나타나고 정치세력 간, 국민들의 정치인에 대한 신뢰의 온도는 더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올 겨울엔 유난히 눈이 많이 왔습니다. 그리고 추웠습니다. 그래서 길게 느껴졌는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짜증스럽기도 했습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겨울은 가고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하루에 한 번씩 아침이 오고, 하루에 한 번씩 날이 저무는 것과 같은 이치겠지요.
가라고 보채지 않아도 겨울은 가고, 오라고 보채지 않아도 봄은 오게 돼 있습니다.


이를 바라보는 한 유명 소설가의 풀이가 재미있습니다. 그가 보는 자연의 이치는 너무나 간단합니다. 밤이 오고, 다시 해가 뜨고, 겨울이 가고, 다시 봄이 오는 이유. 밤만 계속되거나 겨울만 이어지면 지루하다는 것. 바로 그것입니다. 세상살이가 지루하게 느껴질까봐 신이 낮과 밤을 줬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줬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가 한 말. 마음 속에 Delete키를 달라는 소박한 소망을 빌었다고 합니다. 아쉬웠던 것, 짜증스러웠던 것, 섭섭했던 것, 심지어는 즐거웠던 일까지도 잊고 싶다는 얘기일까요? 무조건 모든 것을 잊자? 그럴 리는 없습니다.


잊기보다는 새로 시작하자는 의미였을 것입니다. 남 비판하기 좋아하는 세상 사람들, 건수만 있으면 싸움질로 일관하는 정치인들이 모든 것을 잊고 새로 시작하면 안될까 하는 바람이 있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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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ete키. 그것이 필요한 곳은 컴퓨터가 아닙니다. 바로 정치판입니다. 지루하게 느껴졌던 부분에 지금 Delete를 눌러야 할 때가 아닐까요? 그리고 새로 시작해야 합니다. 주저하면 국민들의 마음은 떠나고, 정치생명도 끝장이 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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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 회장 presid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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