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여행중 우연한 기회에 만난 친구얘기다. 한번은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중 문제가 생겨 친구들보다 하루 늦게 출발하게 됐다.


폴란드 기차는 처음 타는 지라 기차역에 도착하고서도 어느 방향에 서 오는 기차를 타야 하는지 몰라, 기차 시간표 앞에 서있는 폴란드 사람에게 길을 물어보았다. 운이 좋게도 내가 다니는 학교의 학생이었고 행선지 또한 같았다. 6시간이나 걸리는 기차 여행을 같이 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난 것이다.

마티(23, Maciej Kra?niewski)를 처음 보았을 때 든 생각은 참 남자답게 생겼다는 것이었다. 짧게 자른 머리에 턱수염까지 기른 마티는 아시아, 특히 한국에 관심이 많 아 이것저것 물었고 내가 아직은 잘 모르는 폴란드의 문화나 역사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물론 일상적인 대화도 나눴다.


"나는 주말에 주로 남자친구 만나서 영화보고.."
처음에는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는데 마티가 계속 my boyfriend라고 말하길래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어봤다.

"너 남자친구 있어?"


'오 마이 갓'..알고 보니 마티는 '게이'였던 것이다. 당당하게 자신이 게이임을 밝히고 나한테 자신이 게이인 것이 불편하냐고 물어보는 마티에게 "나는 사실은 좀 놀랐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수 없었다.


물론 성적 소수자인 게이에 대한 어떤 편견도 없지만 실제로 게이를 만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마티는 내가 평소 상상해온 게이의 모습과는 180도 달랐다.


마티는 조금은 불편할 수 있는 내 질문에도 아무런 거리낌없이 대답해 주었다. 10살이 되던 해, 소설 책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에게 사랑(?)을 느낀 후로 자신이 게이임을 알게 되었다고 말하는 마티는 내가 만난 그 어떤 사람보다 순수하고 긍정적인 모습이었다.


[영피플&뉴앵글] "내친구 마티는 당당한 동성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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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티에 대해 두번째로 놀란 것은 '유대인'이라는 사실이었다. 대부분이 카톨릭 신자인 폴란드에서 유대인을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유대인을 만나본 적이 없는 나로썬 유대인이 어디에 살고 어떤 생활을 하는지 아는 바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마티는 아버지가 유대인이고 어머니는 비유대인이기 때문에 종교를 선택할 수 있었고 마티는 결국 유대교를 택했다. 유대교를 선택한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과 첫사랑인 역사 선생님이 유대인이었다는 사실이 큰 이 유 중 하나였다고 한다.


나랑 동갑인 마티는 정말 많은 활동을 하고 있었다. 폴란드 주변 국가를 돌며 1년간 자원봉사 활동을 한 마티는 올 2월에는 자신과 같은 사회적 소수자 들을 위한 컨퍼런스를 열 계획이라고 했다.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잘못된 편견들을 바로 잡고 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고 싶다며 같이 참여 하지 않겠냐는 마티의 물음에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게이'로써 그리고 '유대인'으로써 사는 것에 대해 힘든 점은 없냐는 질문에 마티는 "아침에 일어났을때 나는 그대로 나인걸" 이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막연하게 사회적 소수자이기 때문에 어떤 어려움이 있을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자체가 잘못된 생각이었는지도 모른다.


글= 김명주
정리= 박종서 기자 js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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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다른 경험을 하기 위해 폴란드 행을 택한 김명주 씨는 현재 바르샤바 경제 대학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고 있다. 책을 통해 배우는 것보단 체험을 통한 배움이 더 가치 있다고 믿는 그녀는 폴란드에 가서도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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