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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범 "특별하지도, 특별하고 싶지도 않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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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경석 기자]20대 초반의 류승범은 장난꾸러기 같은 배우였다. 청춘의 거친 에너지와 함께 익살과 유머가 넘치는 캐릭터였다. 임순례 감독의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의 기태가 그랬고, '품행제로'(2002)의 중필이 그랬으며, '아라한 장풍대작전'(2004)의 상환 또한 그랬다.

류승범의 얼굴에서 소년의 흔적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영화 속 모습도 변하기 시작했다. '주먹이 운다'(2005)와 '사생결단'(2006)를 거치면서 청춘의 햇살을 벗어던진 그는 어둠과 고통의 내면 속에 빠져들었고 '라듸오 데이즈'(2007)와 '다찌마와 리-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2008)에서 허구의 상상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 '용서는 없다', 류승범의 첫 살인마 연기

류승범의 새 영화 '용서는 없다'는 20대 후반의 류승범을 종합하는 한편 30대의 류승범을 예상하게 하는 시금석 같은 작품이다. 살인을 저지르고 당당하게 체포당한 채 부검의(설경구 분)와 두뇌게임을 펼치는 환경운동가 이성호가 그가 맡은 인물이다. 류승범이 연기한 인물 중에서는 가장 끔찍한 캐릭터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아시아경제신문과 만난 류승범은 '용서는 없다'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장르적 매력 때문"이라고 밝혔다. '주먹이 운다'와 '사생결단'은 실제 모델이 있거나 사실적인 부분이 있었던 반면 '용서는 없다'는 현실에선 일어나기 힘든 장르적 허구성이 매력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영화를 찍기 전부터 끝날 때까지 끊임없이 나 스스로에게, 그 캐릭터에게 질문했습니다. 내 안에서 질문이 풀리지 않았으니까요.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많은 질문을 했던 것 같아요. 분명 이성호가 사이코패스는 아닌데 그의 살인 동기를 합리화하는 게 합당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도 끝내 해결되지 않았죠. 이 인물은 나빠 보이지도 착해 보이지도 않는 어중간한 캐릭터입니다. 양쪽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아야 했죠."

'용서는 없다'의 류승범은 '추격자'의 하정우와는 전혀 다르다. 같은 살인범이지만 동기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인물이나 연기가 다를 수밖에 없다. 류승범은 "이성호라는 인물을 만들기 위해 굳이 롤모델을 찾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신만이 만들 수 있는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속 이성호는 여타 스릴러 영화의 살인범과는 조금 다르다. 류승범이 만든 살인범의 가장 큰 특징은 불분명함과 불안정함이다.


"연기하면서도 많이 불안정했던 것 같습니다. 그 인물 자체가 그랬던 것 같아요. 이 인물이 선택한 결말이 스스로 맞다고 생각할지 본인도 모를 것 같았어요. 알 수도 없는 거고요."

◆ "특별함을 갖고 싶지 않다, 자연스러워지고 싶다"

출연을 확정짓거나 고려 중이었던 작품들이 하나둘씩 지연되면서 공백기를 가졌던 그는 디제잉으로 또 다른 재능을 드러내며 활동영역을 확장시켜 나갔다. '용서는 없다'에 이어 김대우 감독의 '방자전'을 촬영 중인 그는 내년 상반기에 친형인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가제)에 출연할 예정이다.

다방면에 재능을 지닌 '특별한' 배우 류승범은 "나 자신이 특별하다고 느껴본 적도 없고 특별함을 갖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단지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용감해지려고 하는 것일 뿐"이라며 자아도취를 경계했다. 스스로에게 칭찬하는 것이라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미루지 않고 반드시 실천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승범은 '자연스러워지고' 싶어했다. 도시생활에서 걷는 낭만을 잊고 살았다며 좋은 곳을 걸어다니고 싶다는 말도 했다. 그는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한 지인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자연스럽게 산다는 말 자체가 나무와 강물, 산처럼 어느 것도 거스르지 않으며 사는 것 아닐까."

지금의 자신이 너무 좋다는 류승범은 자연스러우면서도 존재감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류승범이 밝힌 지금 현재의 유일한 목표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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