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뇨끼' 공무원에 대한 글에 이어 아르헨티나의 또 다른 면을 비판하는 글을 써보려 한다. 이번 글을 시작하기 전 작은 희망사항이 있다면 이런 아르헨티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필자를 독자들이 아르헨티나를 싫어하는 사람으로 여기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다.
아르헨티나를 조국인 한국만큼 좋아하기에 아르헨티나가 이런 문제점들을 하루빨리 개선해 좀 더 성숙해지고 선진국화 되는 것을 누구보다도 바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선진국은 물론 기타 국가에서는 "손님은 왕이다"란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상점들이 대부분이다. 다수가 이같은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상점을 운영하는 데는 뭔가 중요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 다시 말해 한번 가보거나 이용했던 상점의 서비스와 친절에 반해 고객이 다시 그곳을 방문 혹은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에는 이런 것이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가장 단적인 예로 은행의 경우 국립은행은 물론 사립은행도 "손님이 왕이다"라는 경영철학은 눈씻고 찾아봐도 없다.
아르헨티나 은행들은 아침 10시에 문을 열어 오후 3시에 닫는다. 계좌개설과 각종 클레임을 제외한 세금, 예금(은행마다 다르나 한국 돈으로 평균 60만원의 이상의 예금을 창구에서 받는다), 해외송금, 환전, 수표결제 등의 각종 업무를 은행 창구에서 처리해야 한다.
그런데 현지은행들의 평균 창구수는 얼마일까? 고작 3개다. 어떤 은행들은 규모가 커 창구수가 6~ 10개 정도되지만 정작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창구는 3개 뿐이다. 아르헨티나에는 4천만 명이 살고 있고 한국엔 5천만 명이 살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와 서울의 인구 밀도를 감안할 때 부에노스아이레스시의 은행 서비스 이용자 수는 서울과 별 차이가 없다. 업무 처리가 가능한 은행 창구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은행의 VIP고객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아르헨티나 사람들에게 은행가는 일은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업무 중 하나이다.
매일 창구 앞에 줄을 선 사람들이 은행을 가득 메우곤 한다. 이렇게 줄을 선 사람들이 업무를 보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최소 1시간 정도다. 거기다 창구 직원이 갑자기 화장실에라도 가게 된다면 업무는 즉시 중단된다. 다른 직원이 대신 봐주거나 하는 일은 절대 없기 때문에 고객들은 마냥 기다려야만 한다.
더욱이 창구 직원들은 업무 처리 도중 수시로 전화를 받는데 통화시간이 짧아야 10분이다. 한국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창구 업무를 보러 온 고객들의 수가 30명이다. 근데 이 사람들의 업무를 봐줄 창구수는 3개이고 이중 한 창구 직원이 전화를 받고 있다. 고객들은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고 직원의 통화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 다음 상황이 어떨지는 불보듯 뻔한 일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르헨티나에 있는 은행 중 미국계 스탠더드 은행을 제외하고 창구 업무를 보러 온 고객들을 위한 의자를 갖춘 곳이 없다. 즉 업무를 마칠 때까지 서 있어야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계좌를 새로 개설하러 오는 사람들을 위한 의자는 마련돼 있다. 새로운 고객 유치를 위한 의자를 필요하지만 기존 고객들에 대한 배려는 필요없다는 말인가?
웃긴 것은 또 있다. 혹시 "계좌 유지비"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아르헨티나에는 자유예금계좌 유지비가 있다. 체크카드를 제공하는 계좌의 평균 유지비는 매달 미화 7달러이고 신용카드를 제공하는 계좌의 유지비는 카드의 급에 따라 적게는 매월 15달러, 많게는 매월 30달러까지 내야 한다.
아르헨티나 법적 최저 임금은 매달 450달러 정도로, 한 통계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이 정도 액수의 임금을 받거나 더 적게 받는 사람이 전 국민의 약 40%다. 이 임금을 받는 사람이 매월 7달러 혹은 30달러를 내야 한다면? 그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는 짐작이 갈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은행업무만이라도 하루 빨리 선진국화 되었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간절한 바람이다.
글= 김영식
정리= 박종서 기자 js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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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식 씨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교 법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IT와 자동차, 재테크에 관심이 많다는 영식 씨는 부에노스아이레스 KBC센터에서 주최하는 다양한 행사에서 통역 및 지원업무를 담당한 바 있는 24살 열혈청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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