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마다 들려오는 캐롤, 화려한 성탄장식, 1년을 마무리 하는 이때 한국은 각종 회식과 함께 크리스마스 준비로 연말기분을 만끽하고 있을 듯 싶다.
하지만 필자는 북경에서 학생으로서 7년 동안 지내면서 제대로 연말을 즐겨본 적이 없다. 공부를 좋아해서, 아님 놀기를 싫어해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 산이다. 누구보다 음주가무를 즐긴다고 자부하고 있으나 연말을 즐길 수 없는 이유는 오직 하나. 한국과 다른 중국의 대학제도 때문이다.
우선 중국대학은 가을부터 학기가 시작한다. 그래서 입시시험도 4월에 있다. 그래서 겨울학기가 끝나면 한 학년이 끝나는 한국과는 달리 중국은 겨울학기가 끝나면 다음 2학기로 넘어간다. 그래서 중국학생들은 연말이라고 특별히 한학년을 마무리하지 않는다.
둘째로 중국대학은 겨울방학이 짧다. 즉 가을학기가 길다는 뜻이다. 지금 대다수의 한국대학들은 이미 시험이 끝나고 방학을 맞아 휴식을 취하거나 평소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한다. 하지만 중국 대학들은 아직도 시험은 고사하고 종강도 안했다. 보통 크리스마스를 시작으로 1월 중순까지 시험기간이니 연말에 어찌 놀 수 있겠는가.
한국대학생들도 그렇겠지만 북경대 학생들도 시험기간엔 정말 미친듯이(?) 공부한다. 시험기간에 북경대 도서관에 가면 만석은 기본에다 도서관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는 학생들로 인해 빈 강의실들조차 만석이다. 또 유학생 전용도서관은 밤을 지새는 학생들로 가득하고 새벽 3시쯤 지나야 빈 자리가 나올 정도다.
시험기간에 나오는 정말 희귀한 풍경은 교내가 아닌 학교 주변의 커피숍이나 페스트푸드점에서 연출된다. 학교 기숙사가 11시가 되면 모두 점등이 되기 때문이다. 간혹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공부하자는 학생들도 있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이 조용한 밤에 공부하길 더 원한다.
그래서 어떤 학생들은 휴대용 조명기구를 사서 방에서 공부하지만 그 외의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조명이 있는 학교주변 커피숍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다시 공부를 한다. 혹자는 집에가서 공부하면 되지 않냐고 하겠지만 필자가 전에도 언급했듯이 중국대학은 전원 기숙제로 운영된다.
게다가 중국의 크리스마스는 공휴일이 아니다. 물론 외자기업이나 몇개의 중국기업이 자체적으로 크리스마스를 쉰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았기에 학교 및 국가기관은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외국의 종교적 의미를 내포한 기념일은 "우리와 상관없다"는 중국정부의 뜻이 내포돼 있다.
하지만 불교나 유교 혹은 민간신앙이 주를 이루는 중국에서도 서서히 크리스마스를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다. 예를들어 길거리에 크리스마스 장식도 점점 많이 보이기 시작했고 젊은층에서는 파티도 한다. 이제 크리스마스는 종교적인 의미보다 축제적인 개념이 더 강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물론 이것 역시 학생들이 아닌 젊은 사회인들을 위주로 형성되고 있다.
2001년도에 군에 입대해 2003년 제대, 바로 중국 유학, 그리고 지금 2009년. 무려 9년 동안 한국의 들뜬 연말 기분과 크리스마스를 느끼지 못했다. 나름대로 집에 캐롤CD도 구해놓고 크리스마스장식도 해놓지만 무용지물. 필자는 오늘도 중국의 대학제도를 원망하며 기말고사 준비를 하고 있다.
글= 최영서
정리= 박종서 기자 js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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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서 씨는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중국의 발전하는 모습에 매력을 느껴 무작정 중국으로 유학, 1년6개월만에 북경대 법학과에 합격했다. 운동을 좋아해 애니캅이라는 사설경비업체 출동팀, 롯데호텔 안전실 근무 등에서 일한 경력도 있다. 지난 장애인올림픽 기간에는 통역 및 가이드를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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