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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경제레터] '천국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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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이탈리아, 8세 아동이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읽고 시각장애인 학교에 들어갑니다. 자상한 부모와 총명한 두뇌를 가진 영화를 좋아하고 스타가 되길 꿈꾸던 그였지만 특수학교에서는 부모와 격리시킨 채 옷감을 짜는 직조기술이나 철공소 용접, 피아노 조율 등 장애인으로서 먹고 살기 위한 기술만 가르칩니다. 지루한 기술 수업이 싫었던 그는 녹음기를 들고 친구들과 갖가지 소리를 모아 라디오 드라마를 만듭니다.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한 친구들에게 자신이 어릴 적 보았던 세상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들려주며 장애인들도 자신의 재능을 찾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잔잔한 화면을 통해 보여줍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천국의 아이들>은 장애를 딛고 이탈리아의 유명한 음향기사로 성장한 미르코 멘카치의 어린 시절을 그린 자전적 이야기로 감동과 깨달음을 함께 선사합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남 못지않게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는 주변에서 종종 듣습니다. 우리는 그 누구보다 진한 감동을 선사한 사람으로 후천적 시각장애인으로서 미국 백악관 장애위원회 차관보에 오른 강영우 박사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는 14세에 아버지를 여의고 이듬해 축구공에 눈을 맞아 실명을 합니다. 어머니는 아들의 실명에 충격을 받아 뇌일혈로 쓰러져 세상을 떠나고 식구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그는 재활원에 맡겨집니다. 불행도 이렇게 모질게 찾아올 수 있을까, 그는 몇 차례 자살을 기도하며 방황합니다.

그러나 그를 깨운 것은 어느 목사의 “갖지 못한 한 가지를 불평하기보다 가진 열 가지를 감사하라”는 기도였습니다. 동기들보다 5년이나 늦게 학업을 시작하고 지금은 부인이 된 마음씨 고운 대학생 멘토를 만나 다시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방법을 배웁니다.
당시 시각장애인에 대한 우리 시회의 편견은 무척 심했습니다. 버스만 타려해도 차장이 밀어내기가 일쑤였고 식당에서는 구석자리로 가라고 하는 등 그럴수록 그는 그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했고 대학을 졸업한 뒤 시각장애인은 유학갈 수 없다는 법률을 고쳐 장애인 최초로 미국 유학길에 오릅니다.

4년여 공부 끝에 교육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나 시각장애인이란 이유로 고국에 돌아와 대학 강단에 설 기회를 얻지 못하고 무직자로 지냅니다. 마침 인디애나 주정부 교육부에 일자리를 얻고 저녁에는 일리노이 대학원에 출강도 하게 됩니다. 참으로 비장애인들도 도전하기 힘든 역경과 고난의 시간들 이었습니다.

그가 지난 10월 고국을 방문해 한 대학에서 자신이 지내온 길을 젊은이들에게 들려줬습니다. “천대와 멸시 속에서도, 편견과 시선 속에서도 나는 포기하지 않고 하나의 꿈을 간직했다” 강 박사만이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말입니다. 그는 또 “누구나 성공 잠재력을 갖고 있다. 다만 그것을 찾아내고 개발하지 않을 뿐이다”라며 자기 창조를 위한 7가지 원리를 강조합니다.

<인간으로서 자긍심을 가져라, 누구든지 자신에 대한 생각이 바뀌면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다.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불가능에 도전하라. 긍정적인 사고로 세상을 보라. 사람 마다 개성과 성격이 다르듯 능력도 다르다, 선명한 비전을 가지고 능력을 개발하라. 사랑과 봉사로 리더십을 길러라. 전체를 보는 눈으로 실력과 인격을 갖추라. 약점을 성공의 발판으로 삼아라.>

강영우 박사의 이야기가 좀 장황했는지 모르겠지만 그가 우리에게 준 감동은 이것으로도 모자랍니다. 그가 해낸 것은 그가 어느 자리에서 무엇을 했다는 업적이 아니라 우리들에게 꿈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며 자신을 스스로 키워갔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한 세무공무원의 이야기도 훈훈합니다. 고2 때 수영장에서 다이빙을 하다 목을 다치는 사고로 전신마비가 되어 자신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10개 손가락 가운데 두 개뿐이지만 세무대학을 나와 세무공무원이 된 지 17년,

휠체어에 의지해 사무실을 오가고 잘 움직여지지 않는 손가락으로 컴퓨터를 다루지만 일반인들도 취득하기 힘든 외환관리사, 미국 공인회계사 등 업무와 관련된 자격증을 9개나 취득했습니다. 지난해에는 국비 단기 개인훈련자로 선발돼 미국 회계법인에 6개월간 연수를 다녀오는 등 세무분야 최고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제 장애로 인하여 할 수 없는 일에 안타깝게 생각하거나 연연해하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아직 우리 사회는 장애를 가진 분들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제 역할을 하는 것이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앞으로 저와 같은 분들이 많은 일에 도전할 수 있도록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가 장애극복 공무원에 선정된 뒤의 변입니다.

연말이 다가오면 우리는 이웃을 한번쯤 돌아보게 됩니다. 불굴의 의지와 열정으로 장애를 뛰어 넘어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사회의 본보기가 되고 있는 분들을 찾아봅니다. 참으로 값진 그들의 성공에 경의를 드립니다.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올해 안에 하려했던 일들은 잘 마무리 되시는지요. 못 다한 일이 있다면 다시 시작하십시오. 강영우 박사가 살아오며 실천한 몇 가지의 가치처럼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불가능에 도전하십시오.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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