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최종소비지출 5년만에 줄고 식료품, 주류, 통신비 등 모두 마이너스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중소기업에서 작년 10월 퇴직 후 퀵서비스 일을 하고 있는 홍모씨(45)는 최근 흡연량을 하루 한 갑에서 반 갑 이하로 줄였다.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도 1차로 술자리를 끝낸다.


최근에는 중학생 아들의 휴대폰도 해지했다. 수입이 적어진 것은 물론 그나마도 불규칙해지면서 지출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고육책이다.

그러나 의료비는 어쩔 수 없이 늘어나고 있다. 초등학생인 딸이 지난 9월 고열과 함께 기침을 해 병원에 가서 신종플루 검사와 처방을 받는데 드는 돈, 약 10만원은 불가피했고 본인의 천식치료도 지속적으로 해야만 그나마 수입이 끊기지 않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지 1년, 그리고 신종플루가 국내에서 발병한 6개월이 지난 올 3ㆍ4분기 말 현재 국민들의 삶이 훨씬 각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은행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 들어 3ㆍ4분기말까지 누적기준 가계최종소비지출은 376조359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6% 줄었다. 가계최종소비지출이 3ㆍ4분기까지 누적기준으로 감소하기는 2004년(-0.1%) 이후 5년만에 처음이고 낙폭으로도 최대다.


항목별로는 식료품(-0.5%, 이하 전년동기누적 대비) 주류 및 담배(-3.1%)도 4년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또 관련조사가 이뤄진 2000년 이 후 매년 늘어나기만 하던 통신비도 -0.9%를 기록,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오락문화비용(-2.5%), 여행과 직결되는 음식숙박업(-1.9%)에 대한 지출도 5년만에 축소됐다.


전반적인 소비지출 감소는 소비감축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교육비'도 예외는 아니었다.


교육비 지출비 지출은 올 들어 3.4분기까지 25조3236억원에 달했는데 이 규모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4%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이는 관련조사가 이뤄진 이후 최저 증가율이다.


한은 정영택 국민소득팀장은 "학원비 등의 매출이 줄었는데 이는 신종플루의 영향보다는 전반적인 가계소득이 감소한 데 더 큰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의료보건비용은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나가며 지난 2000년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의료보건비 지출은 올 들어 3ㆍ4분기까지 24조7080억원에 달해 전년 같은 기간대비 8.4%나 늘어 모든 항목 중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특히 지난 2000년 3ㆍ4분기까지의 누적 사용액인 11조8183억원과 비교해보면 무려 109%나 폭증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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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 영향과 더불어 장기요양보험 등으로 인해 노년층의 의료비도 동반 확대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경제성장률 등을 보면 전반적인 경기회복기라고는 하지만 소비심리지수가 꺽이고 있고 3ㆍ4분기 중 전국 가구의 명목 근로소득이 5년 만에 감소한 것 등을 보면 국민 생활의 질은 개선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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