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금융위기 당시 은행들의 백기사 역할을 자처했던 국부펀드가 두둑한 차익금을 챙겨들고 하나둘씩 철수하고 있다.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7년과 2008년, 각 국의 국부펀드는 자금난에 시달리던 미국 투자은행(IB)에 총 200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수혈했다. 이른바 '백기사'를 자처하고 나섰던 국부펀드가 자금 회수에 나선 것.

쏠쏠한 차익을 달성한 데다 두바이월드 사태로 국부펀드의 공격적인 해외 투자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따른 주요국의 부채가 급증, 리스크 관리와 현금 자산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지난 6월 아부다비의 인터내셔널 페트롤리엄 인베스트먼트 코프(IPIC)는 영국의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보유 주식 13억주를 7개월만에 매각해 수익률 100%에 달하는 약 25억 달러(20억 파운드)의 차익을 남겼다. 지난 1월 바클레이스는 국유화 논란이 일면서 주가가 폭락, 51펜스까지 내려갔었지만 아부다비 투자자금이 유입되면서 3월 이후 주가가 5배 폭등했다. IPIC는 이로 인한 이득을 고스란히 챙긴 셈.

지난 9월에는 씨티그룹 지분의 9% 이상을 보유하고 있던 싱가포르투자청(GIC)이 장내 매각을 통해 씨티그룹 지분을 5% 미만으로 낮추면서 16억 달러의 차익을 거뒀다. 씨티그룹의 주가 역시 지난 3월 1달러 밑으로 떨어졌으나 이후 4배 이상 상승했다. GIC는 지난해 9월 68억8000만 달러에 달하는 씨티그룹 전환우선주를 주당 3.25달러에 보통주로 교부받았다.


카타르 국부펀드(QIA) 역시 쏠쏠한 이익을 남겼다. QIA는 지난 10월 바클레이스 은행 지분 23억 달러(14억 파운드)를 매각해 9억8500만 달러(6억 파운드)의 차익을 실현했다. 지난해 바클레이스는 QIA의 투자로 약 73억 달러(50억 파운드)의 자금을 조달한 덕분에 영국 정부의 구제금융을 피할 수 있었고 그 후 급등한 주가로 QIA는 바클레이스 투자를 통해 중동지역 투자기관 가운데 두 번째로 큰 차익을 남겼다.


지난 6일에는 쿠웨이트 투자청(KIA)이 보유 중이던 씨티그룹 우선주를 보통주로 바꾸면서 이를 모두 41억 달러에 매각해 11억 달러의 수익을 남겼다. KIA는 지난해 1월 씨티그룹에 30억 달러를 투자 했는데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KIA가 올린 수익률은 37%에 달한다.


그러나 모든 국부펀드가 '금의환향'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부다비의 또다른 국부펀드인 아부다비 투자청(ADIA)은 상당한 손실을 떠안을 위기에 처한 것. ADIA는 지난 2007년 투자 당시 맺은 약정 때문에 내년 3월15일부터 씨티그룹 주식을 31.83달러에 매입해야 한다. 현재 주가 대비 8배 높은 가격에 사들여야 하는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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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도 지난 6월 바클레이스의 지분을 매각하면서 8억1500만 달러(5억 파운드)의 손실을 입었다. 테마섹은 지난 2007년 중순 바클레이스의 지분 1억3500만주(1.61%)를 사들였고 지난해 바클레이스가 73억 달러(45억 파다드)를 조달할 당시 3억 3800만 달러(2억 파운드)를 투자한 바 있다.


한편 이번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인해 국부펀드의 해외 투자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한 사모펀드 대표는 “투자자들이 정부와 손실을 나누기는 원하지만 수익을 나누기는 원치 않는다”며 “위기는 손실을 동반하기 때문에 시장이 좋을 때는 국부펀드의 자국 투자를 필요로 하지 않지만 시장이 나쁠 때는 자국 투자를 원한다”고 지적했다.

조해수 기자 chs9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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