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전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출구전략이 화두로 떠올랐지만 각국의 행보에 커다란 속도 차이가 나타나 주목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거의 동시에 금리 인하에 나섰던 주요국이 긴축에서 간극을 보이는 배경은 뭘까.
◆ 출구전략 속도 제 각각= 가장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나라는 단연 호주다. 호주는 12월까지 3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3.75%로 끌어올리며 다른 나라들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이스라엘과 노르웨이가 호주와 더불어 선제적인 금리 인상에 나섰지만, 호주는 주요20개국(G20)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금리를 인상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이머징 국가 인도가 그 뒤를 뒤쫓고 있다. 아직까지 금리 인상에 나서진 못했지만 빠른 출구전략의 시행이 가장 유력시되는 국가 가운데 하나다. 인도는 지난해 10월 이후 기준금리를 총 4.25%포인트 인하해 현재 3.25%로 유지하고 있다.
인도의 경우 당초 내년 상반기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으나, 최근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어 이르면 올 연말 본격적인 출구전략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게 자기 페이스를 조절 중이다. 잇따른 양적완화 정책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아직 경기회복세가 미약한 만큼 금리 인상을 통한 공격적인 출구전략에는 엄두를 못 내고 있는 모습이다.
대신 미국은 미세조정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최근 뉴욕연준(Fed)이 유동성 회수를 위해 역환매조건부채권(이하 역레포) 매매 협약을 소규모로 맺은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그 동안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사들였던 증권을 다시 팔아 유동성을 흡수하는 전략으로, 연준이 사실상 출구전략 예행연습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영국과 일본은 출구전략에 있어 다른 나라들에 크게 뒤쳐졌다. 더 이상의 금리 인하는 자제하고 있지만 기타 정책들을 통한 유동성 공급은 확대하는 추세다. 1일 일본은행은 금리는 현재의 사상최저 0.1%로 동결하고, 시중은행에 0.1%의 고정 금리로 3개월 만기 단기 자금 10조엔을 공급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경우 가장 최근까지 금리를 인하한 몇 안 되는 국가로, 순서로 따지자면 가장 꼴찌 축에 속한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4월부터 지난 달 말까지 기준금리를 13%에서 9%로 총 4%포인트 낮췄다.
◆ 격차 벌어진 배경은= 호주부터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각 국가 간의 출구전략 속도차이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우선 이는 경제회복 순서라고 봐도 무방하다. 주요 원자재 수출 국가인 호주는 중국 원자재 수요 증가로 기업 실적개선과 수출증대 효과를 누렸다. 오히려 호주 정부는 원자재 투기 자금 유입 증대로 버블을 우려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다.
인도 역시 탄탄한 성장세를 구가 중이다. 인도경제는 3분기 예상치(6.3%)를 웃도는 7.9%의 성장세를 기록했고 제조업, 서비스, 농작물 생산 등에 고른 성장을 보이고 있어 올해 7% 성장 목표 달성에 무리가 없다는 전망이다.
반면 영국과 일본은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영국은 3분기 -0.4%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침체 탈출에 실패했고, 3분기 은행권 부실대출 상각은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일본 역시 최근 디플레이션 진입을 선언하며 더블딥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실정이다. 미국의 경우 3분기 성장전환에는 성공했으나 높은 실업률과 가계부채, 부동산 경기침체로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통화강세가 출구전략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달 말 금리를 9%에서 0.5%포인트 인하했는데 이는 루블화 강세를 가져온 투기자금 유입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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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기준금리는 미국(0~0.25%), 영국(0.5%) 등보다 크게 높은 수준으로, 캐리트레이드를 노리는 투자자들로 인한 루블화 강세의 주요 원인이 됐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외국의 금리와 러시아 금리 간의 격차를 더 줄이기 위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본도 비슷한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달러 대비 엔화가치가 14년래 최대로 상승하는 등 엔화가 초강세를 띄고 있기 때문. 금리인상에 적극적인 호주도 최근 호주달러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이를 제한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호주가 내년 2월에 또 추가적으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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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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