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의 국제화 멀지 않았다!”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한국에서의 소 품종 개량은 이제 거의 정점에 다다랐다.’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 A&M 대학의 스티븐 스미스 교수가 지난 방한 중 한 말입니다. 미국인이지만 학자로서 한우의 맛과 품질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내린 결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에 제2축산회관에서 만난 남호경 전국한우협회장은 스미스 교수를 비롯한 최근 세계적 석학들의 연이은 한우 찬사는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만큼 한우의 맛과 품질에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남 회장이 언급한 스미스 교수는 1970년대부터 미국에서 많이 생산되는 고기소인 앵거스와 일본 와규(和牛), 한우 쇠고기 품질 등을 연구해온 전문가다.


남 회장은 “한우는 마블링(근내지방)이 지나치지 않으면서도 건강기능성 물질이 많이 들어 있어 세계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며 “한우가 제대로 된 유통채널을 통해 한우로 팔릴 수 있는 시장이라면 세계 어느 국가의 소비자라도 만족시킬 수 있는 품질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 미 쇠고기 협상 이전부터 남 위원장이 고수해 온 ‘한우 생존 철학’이다. 그의 말처럼 원산지 표시제, 쇠고기 이력제 등을 통해 한우 유통경로가 투명화되면서 2003년 36.3%까지 하락했던 국내산 쇠고기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9월에 50%까지 회복했다. 맛과 품질이 우수한 한우가 제값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쇠고기 이력 추적제 전면 시행 3개월 만이다.


이 같은 성과는 국민 누구나 휴대폰 또는 매장에 비치된 이력추적 단말기를 통해 한우 식별 및 등급, 사육자, 도축일 등 중요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어 한우를 믿고 살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란 게 남 회장의 설명이다.


덕분에 한우 농가의 수입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명품 한우로 전국적인 명성을 자랑하고 있는 강원 횡성지역에 도시지역의 고소득층이 부럽지 않은 억대 수입의 농가들이 늘고 있다.


남 회장은 “횡성한우는 한우의 브랜드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라며 “공급 대비 수요의 차이가 워낙 크다보니 서울에서와 같은 가격으로 횡성 현지에서 판매가 되다 보니 높은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통 1년 한우의 수요가 60만-70만두 정도 되는데 횡성한우는 200-300마리만 공급되다보니 희소가치가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남 회장은 일본의 와규처럼 한우도 세계인 식탁에 오를 날도 머지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우리나라는 쇠고기 생산량이 부족한 국가 중의 하나이긴 하지만 한우 산업의 먼 미래를 위해 수출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며, “조만간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해 한우의 해외 진출 의지를 나타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타깃은 “소비 잠재력이 풍부하고 입맛이 우리와 크게 달지 않는 중국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미국, 호주 등과 비교해 유통기간이 짧고, 고기를 구워먹는 식문화도 비슷하다는 점에서 성공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미국 등 서구에선 두겁게 썰은 스테이크로 쇠고기를 즐기는 반면에 우리 등 동양권에선 얇게 썰어 구워먹기 때문에 육즙과 마블링이 상대적으로 높은 한우가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남 회장은 "미국산 쇠고기가 마블링이 낮아 육즙이 거의 없는 반면 한우는 무척 높아 뛰어난 풍미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근내지방에 포함된 올레인산에 그는 주목했다. 올리브유의 주성분이기도 한 올레인산은 쇠고기 맛을 좌우하는 데다 심장질환에 좋은 건강기능성 물질이기도 하다. 앵거스에는 올레인산이 15~25%밖에 함유돼 있지 않지만 한우에는 45~50%가 함유돼 있다.

그렇다면 한우의 경쟁력은 어떻게 높아진 것일까?


남 회장은 그 비결을 한우를 키우는 농가에서 찾는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축산회사의 사업부장 직을 거쳐 젊은 나이에 직접 농장을 차렸고 25년째 한우를 키우고 있기 때문에 한우 농가의 실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영화에 등장하는 멋진 그림처럼 광활한 초원에서 방목해 키우는 해외 농장에서 사실 소가 무엇을 먹는지, 개체별 관리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우는 세계적으로 드물게 지붕이 있는 축사에서 매일 청소도 해주고 제대로 배합된 사료만을 먹고 자라며 농민들은 소가 혹시라도 스트레스를 받을까 노심초사하면서 키운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수 십 년 동안 몇 만분의 일의 최고 종자만을 채택해 개량해 온 정부의 종장개량 노력도 큰 몫을 차지했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흔히 농촌에서 보게 되는 한우 한 마리는 단순히 몇 마리 중 보기 좋은 소 끼리 교배해 태어난 소가 아닙니다. 전국 한우 농가에서 키우는 한우는 모두 수천 분의 일 때로는 수만 분의 일의 경쟁력을 뚫고 통과한 최고의 수소와 암소의 씨를 수 십 년간 개량하며 출현된 최우량 종축의 유전자를 간직한 명품중의 명품 이라고 할 수 있죠.”


이렇듯 ‘수만 분의 일’의 경쟁력을 뚫고 장인의 손을 거쳐 사육된 소에게만 ‘한우’라는 이름으로 우리 식탁에 오르게 된다는 설명이다.


한국을 다녀 간 수많은 외국인이 한국에 대한 추억 중 가장 먼저 떠올리고 있는 한식, 그 중 우리 민족만이 아끼며 먹어왔던 한우가 해외로 나가 ‘한우’라는 이름으로 외국인이 접하게 될 때 그들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된다.


남 회장은 품질을 통한 한우 차별화를 위해 정부가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남 회장은 “일본은 연간 2조~3조원을 들여 안전성과 품질 유지에 투자한다”며 “종자개량, 도축장 청결 등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일본의 ‘와규’ 육성 정책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자개량을 통해 현재 50%밖에 되지 않는 1등급 한우의 수를 70~80%로 늘리고 40%밖에 되지 않는 도축장 가동률도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 또한 한우농가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사료값과 관련, 사료안정기금을 만들어 농가에 사료값을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우의 세계 진출을 위해 극복해야 할 단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미국 소비자가 즐기는 스테이크의 경우 최소 5주 이상의 숙성과정을 거쳐 고기가 부드러워지는데 한우는 이러한 숙성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는 것. 지나친 마블링 역시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블링을 높이려면 배합사료 급여가 늘어날 수밖에 없어 쇠고기 생산비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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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의 품질에 대해 남 회장은 단연 세계 최고라고 자부했다. 그는 “농민들이 장인정신을 갖고 한 마리 한 마리 온갖 정성을 들여 키우는 한우는 스위스의 롤렉스시계에 비유할만하다”며 국민들이 롤렉스시계처럼 한우에 관심과 자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 이력: 1949년 경북 출생/ 영남대 축산학과/2003년 전국한우협회장/ 2004년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 2005년 한우자조금관링위원장/ 2006년 경북한우클러스트 사업단 자문위원/2006년 농림수 농업 농촌정책혁신위원회 위원

이규성 기자 bobo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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