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 막걸리의 열풍이 거세다. 둥그렇고 밋밋한 페트병속에 담긴 탁한 음료 한 잔이 오로지 맛으로만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몇 일전 몇몇 낯익은 얼굴들과 만찬에서의 건배주로 막걸리를 선택했다. 그동안 건배주의 제일 위치에 차지한 포도주를 제치고 우리 술인 막걸리가 등장한 것을 보니 세상의 변화를 실감하게 된다.
그런데 한 가지, 왜 막걸리 병은 투박한지, 세련된 외국의 위스키나 일본의 사케처럼 그런 병을 가지지 못한 걸까? 얼마전 서울역사박물관내 레스토랑에서 '막걸리 트랜스포머' 행사가 열렸다. 거기서 '내가 갖고 싶은 막걸리 병과 잔'이라는 행사가 있었다. 막걸리가 깊이 있는 맛과 가치를 지닌 술이라면 그것을 담는 그릇디자인도 중요하다는 취지였다.
소득수준의 향상과 함께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면서 디자인은 그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디자인의 전통적 가치인 심미성, 세련성, 재미 등 개인적 감성의 전달을 넘어 환경, 공존, 배려와 같은 사회적 영역의 가치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강조되는 분위기와 맞물려 이러한 현상은 지속될 것이다. 유니버설 디자인, 그린디자인, 지속가능한 디자인 등이 떠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식경제부에서 선정하는 '굿디자인(Good Design) 상품'에서도 이러한 디자인의 경향을 엿볼 수 있다. 사회적 보호와 안정이 필요한 노인보건센터와 주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보건소의 기능을 결합시킨 성남시 사회복지센터, 장애인과 취약계층을 위한 안내시스템이 도입된 경기도 버스승강장, 남녀노소 모두를 고려한 새로운 욕실제품인 '의자겸용 세족대' 등 기존의 개념에서 탈피하여 모두 사회적 개념을 도입, 감성적인 공간으로 디자인한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디자인을 공공분야에도 적극 활용하는 국가차원의 디자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에너지효율 향상, 의료사고 감소, 범죄예방 등 디자인과 공공서비스 혁신을 접목하고 있다.
이러한 디자인의 변화에 맞추어 한국디자인진흥원은 2003년부터 최신 디자인 트렌드와 국내외 디자인기업의 국제교류 및 네트워킹, 마케팅 지원 등을 위해 디자인종합행사인 '디자인 코리아'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오늘 12월 2일에는 일곱 번째 행사가 펼쳐진다.
'디자인, 녹색성장 동력'이란 주제로 펼쳐지는 전시회는 독일, 미국, 영국 등 19개국 23개 디자인진흥기관에서 선정한 '월드베스트 디자인상품전' 이 있다. 옥수수 전분을 사용해 폐기 후 땅에 묻으면 자연 분해되는 휴대폰, 다른 스니커즈 신발을 생산하며 나온 부산물과 폐기물로 만든 스포츠 신발, 그리고 100% 생물 분해성을 지닌 천연 섬유조직으로 만든 친환경 의자 등 650점이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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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행사는 전 세계 디자인 선진국의 디자인전문회사와 기업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최신 디자인 정보를 공유하고, B2B 바이어매칭 등 다양한 B2B 프로그램으로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차별화된 전시를 펼칠 예정이다. 또 국민들에게 감성경제를 이끌어갈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디자인을 소개하고, 경제위기 극복방안으로서 디자인의 새로운 역할을 제시할 예정이다.
얼마전 중국 출장에서는 중국의 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투자열기를 느낄 수 있었으며, 중국에서는 우리나라를 자국 디자인발전의 롤모델로 삼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지방 시정부에서 6천억원이나 투자하여 3만평에 달하는 부지에 19층 건물로 4개동의 디자인센터를 건설중이었는데 이는 디자인에 대한 열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제는 우리도 디자인을 통해 우리의 제품뿐만 아니라 도시와 문화를 업그레이드해야 할 때이다. 아울러 '디자인 코리아'를 위해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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