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현직 논설실장] 헝클어진 정국이 10ㆍ28 재보선 이후에도 좀처럼 풀릴 기미가 없이 더욱 꼬이고 있다. 여당은 세종시의 수정을 놓고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가 한 치 양보 없이 갈등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4대강 사업과 미디어법, 노동 현안 등에서도 여야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여야는 처음부터 재보선의 성격을 놓고 상이한 주장을 해왔다. 야당은 거대여당 견제론을 앞세워 이명박 정부의 심판을 호소했고 여당은 지역일꾼을 뽑는다는 선으로 의미를 축소하려했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은 호남을 제외하고 수도권과 충청, 영남 등 전국 5개 선거구에서 치러져 '미니 총선'을 방불케 했으며 여당 대표를 지낸 후보가 출마하는 등 정국 현안에 대한 민심의 '바로미터'가 되기 충분했다.

결과는 수도권과 충청의 3석을 모두 차지한 민주당의 승리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그러나 여당은 선거직후 릲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해서 졌다릳는 등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듯하더니 지난 2일 이명박 대통령과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의 단독 회동에서는 사뭇 다른 평가가 나왔다. 이 대통령이 릲여당이 그만하면 선전했다. 너무 이기면 여당이 오만해서 일을 소홀히 할까 봐 국민들이 걱정한 것릳이라고 말하자 정 대표는 릲의석수에서는 2대3으로 졌지만 표는 우리가 더 많이 얻었다릳며 맞장구 쳤다니 국민의 표심을 너무 자의적이고 안일하게 폄하하는 것이 아닌지 놀라울 따름이다.


당정 수뇌가 민심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러다 보니 재보선에서 쟁점으로 떠오른 현안들이 수정 없이 강행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50%대에 육박하면서도 참패당한 것에 대한 반성은커녕 이를 국민들의 '채찍과 격려'로 받아들이는 것부터가 겸손함을 찾아볼 수 없다. 지난 4월 재보선 패배이후 이 대통령은 국정기조를 친서민 중도실용으로 전환하고 국민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번 재보선에서 보듯 이 대통령의 행보가 아직 국민에게 믿음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유권자들의 냉엄한 평가인 것이다.

또 최근 일련의 일들도 국민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겨줬다.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세종시 성격을 바꾸겠다는 발상부터가 그렇고 꼭 재보선을 앞두고 이를 쟁점화해서야 했는지도 미숙하기 짝이 없다. 국회에서 보여준 미디어법의 강행처리와 처리과정에서의 미흡성, 일부 방송 진행자의 프로그램 중도하차 압력설, 언론 통제 의혹, 노동정책의 일방 독주 조짐 등 무엇 하나 현안 추진에 있어 매끄러운 면이 없었다. 국민들은 이를 독선적이고 오만한 국정 운영으로 보기에 충분했다.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빨리 고치고 잘못 알려진 부분은 바로 잡아야 하는데 아직도 정부와 여당은 민심의 주소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어 안타깝다.


다행인 것은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릲정책추진 과정에서 나타나는 오해와 갈등은 진솔한 대화를 통해 하나하나 풀어나가겠다릳고 강조한 부분이다. 그 진솔한 대화의 대상은 야당이 될 수도 있고, 여권 내 다른 의견을 가진 세력이 될 수도 있다. 또 국민들과의 직접 대화도 가능할 것이다. 조금은 속도가 늦고 미련해 보일지 모르나 확실한 원칙을 가지고 하나하나 점검하며 국민들의 뜻을 반영해 나가는 것이 이번 선거가 준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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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도 이번 선거 결과가 민주당이 잘 했다기보다는 정부 여당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이 많았음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 야권 후보단일화를 통해 거대 여당에 맞설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고 서로 반목만 키웠다는 것은 크게 반성할 일이다.


정치는 결코 일방적일 수 없으며 부족해도 넘쳐도 해가 된다. 민심이 항상 왔다가도 떠나고 멀어졌다가도 다시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그 바탕에는 진실과 신뢰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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