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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시각] 부자의 기술, 기부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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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자녀 교육법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자녀들에게 요즘 유행하는 재테크 조기교육이나 경제 관련한 내용을 주입식으로 알려주기 보다 돈의 '가치'와 '절제'를 먼저 가르쳤다. 여기에 자신들이 성공 스토리와 경험을 곁들었다.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은 자녀에게 막대한 유산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여러차례 공언한 바 있다. 워런 버핏은 특히 시간날 때마다 자녀들에게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말을 주시시켰다. 유산에 대한 기대를 미리 포기하고 자신들의 인생을 독립적으로 개척해야 한다는 점을 사전에 고지한 셈이다.
워런 버핏의 근검-절약 습관을 보면 그가 세계 최고의 갑부인가를 의심케 할 정도다. 그가 2007년 7월 자신이 투자한 대구텍을 둘러보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양복 군데군데가 빛이 바래져 있었고, 구두 굽은 심하게 닳아 있었다. 식사도 간단히 햄버거와 콜라로 때우기도 했다.

석유왕 록펠러도 낭비를 최대의 적으로 규정했다. 록펠러의 외아들인 록펠러 2세의 주머니에는 항시 용돈기입장이 들어있었다. 당시 벤더빌트 가문은 자손들이 매일 파티를 벌이며 흥청망청 돈을 탕진하는 바람에 지금은 억만장자에 드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다고 한다.

용돈을 주는 것은 가용범위내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돈을 필요할 때마다 돈을 받는 아이들보다 용돈을 받아쓰는 아이들은 항시 선택의 상황에 직면한다. 그 과정에서 고민과 고민을 거듭하게 되고 포기와 선택이라는 결단력과 판단력을 습득하게 된다. 비용 대비 가장 효과가 뛰어난 최적의 원리를 자연스레 습득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가계부의 미학을 엿볼 수 있다. 10원짜리 동전하나라고 허튼데 쓰지 않겠다는 주부들의 근검절약 정신이 우리 가계를 살찌우는 원동력이라는 점은 여러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마른 수건도 쥐어짠다는 식으로 비용절감을 경영 최우선 원칙으로 하는 월마트도 업계 최초로 재고 관리를 위한 위성시스템 도입에는 어마어마한 돈을 들였지만 필요지 않은 곳에는 단한푼의 돈을 지출하는 것을 용납치 않았다. 쉽게 번 돈은 쉽게 나간다는 것을 무언중에 중요한 메시지로 전달하고 있다. 세계적인 거부들은 아울러 돈을 무작정 모으기 보다 '목적'을 분명하게 세우고 투자에 나서는 법을 자녀들에게 알려줬다. 저축은 단지 금융교육의 한 부분일 뿐이고 돈을 투자하는 방법과 재정적 목표를 설정하는 교육, 다시 말하면 투자와 자산관리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미국의 가족기업들을 보면 창업후 4대까지 살아남은 기업들의 비율이 4%에도 못미친다고 한다. 우리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는 말이 있다. 돈을 벌 때는 악착같이 천한 일이라도 하면서 벌고 쓸 때는 떳떳하고 보람 있게 씀을 비유한 말이다. 그런데 가끔 이 말이 와전되는 경우가 있다.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만 벌면 된다는 뜻으로 일부 해석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한 대(代)에 모든 것을 다 이루려고 하는 조급증과 욕심이 많다. 자수성가식 성공이든 로또식 재벌이든 본인의 영예와 부만을 좇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돈의 소중함은 누구나 다 안다. 근검과 절약이 부자의 필수조건이라는 데 토를 다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왜 부자가 돼야 하는 지, 부자가 돼서 무엇을 해야 의미있는 것인지 정확한 '부자 철학' 정립이 먼저다. 돈을 버는 목적이 뚜렷해야 돈을 버는 의미가 있고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창업주는 터파기를 하고, 2세는 기둥을 세우고, 3세는 서까래를 얹고 하는 식의 장기적 안목의 '단계적 부자되기' 접근법이 필요하다. 기부는 또다른 투자이자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고도의 상술이다.

송광섭 증권부 부장 songbir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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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섭 기자 songbir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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