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브이’형 성장곡선은 힘들 것. ‘루트’형에 대비 출구전략 신중해야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한국경제 회복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10월을 접어들면서 침체 뒤 급격한 경제성장 곡선을 그리는 브이(V)형이 전망도 사리자고 있지 않지만, 점차 더블 딥(이중침체) 수준은 아니라도 약간의 성장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는 루트(√)형 전망이 점차 힘을 받고 있는 추세다.

특히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효과가 상당부분 감소될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경제 성장을 이끌 원동력인 민간부분의 투자 심리가 여전히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최악의 경우 더블 딥의 가능성까지 전망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11일 기획재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3분기까지 우리 경제 성장을 분석한 결과, 내년 상반기까지 급격한 경제회복을 뜻하는 브이형 성장형태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이에 따른 출구전략 시점 조절에 나섰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내년 우리경제는 회복이 일정수준이 된 이후 U자나 V자로 가기엔 어렵고 회복 상태에서 루트기호(√)나 L자처럼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현재 상황에서 출구전략을 시행하는 것은 시기상조임을 강조했다.


실제 우리경제 회복 전망에 대해 가장 확실하기 접근할 수 있는 경제지표가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8일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보고서에서 “완만한 경기 개선 흐름이 지속되고 있으나 민간 부문의 회복은 아직 미진하며 세계경제 회복 지연 가능성 등 하방 위험도 상존하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경제지표를 살펴보면 8월 설비투자는 전년동월대비 16.6% 감소했다. 공공무문의 국내 기계수주는 -15.4%를 기록해 4개 월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건설기성도 전년동월대비 6.8% 감소해 올 들어 가장 낮았다. 9월 들어서도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6.6%가 감소한 349억7000만 달러, 수입은 25.1% 감소한 296억 달러였다.


상반기에 집중된 정부의 재정투자 여력이 축소되면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건설부문 성장세 약화는 고용에 직격탄을 가져올 것으로 가뜩이나 고용시장이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중고를 겪을 전망되고 있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상반기 중 경기회복을 주도했던 재정의 효과가 약화됨에 따라 7, 8월 들어 회복속도가 다수 둔화됐으나, 9월 들어 광공업 및 서비스업 생산이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를 보이면서 경기 개선 흐름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의 경제지표를 보면 긍정과 부정적인 지표가 혼재되어 있는 모양새가 역력하다.


문제는 그동안 우리경제의 회복에 견인차 노릇을 톡톡히 했던 환율효과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3.5원 내린 1달러당 1167.0원에 마감,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1150원 선이 코앞에 두고 있다.


대표적인 수출기업인 현대자동차도 원 달러환율 하락으로 10만원 선 붕괴라는 주가 하락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보통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영업이익은 400억 원 감소한다”며 “원화가치 상승이 지속될 경우 경영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우리 수출기업들이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이면서 '더블딥'(경기 상승후 재하락)에 대한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공공부문의 재정 여력이 감소한 부분을 민간에서 채워야하는데 글로벌 경기의 호전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힘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8월, 9월에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던 자세를 180도 바꿔서 당분간 금리인상이 힘들 것이라는 입장을 내세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내외 경기회복의 불확실한 상황에서 당장 금리를 올리기가 무리라는 생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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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출구전략도 상당시간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제64차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더블딥을 가능성에 대해 “경제에 있어 가장 어려운 게 예측이며 내년에 가면 어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한국이 독단적으로 일찍 출구전략을 시행하면 경제를 다시 후퇴시킬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규성 기자 bobo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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