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영국 디자이너 알랙산더 맥킨이 지난 주 열린 파리 패션위크 2010 봄·여름 컬렉션 패션쇼에서 공개한 30cm 높이 하이힐. 그 높이도 대단하지만 굽의 모양과 두께가 보는 이로 하여금 '위압감'을 느끼게 할 정도다. 이쯤되면 구두를 '신는다'가 아니라 구두에 '탑승한다'는 표현이 적절할지도.


'도대체 저 구두를 신으라고 만든 것일까'하는 의문이 들지만 이같이 '극단적' 형태의 하이힐은 더 이상 패션쇼 무대 위에서만 볼 수 있던 '작품'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 여름, 15cm를 육박하는 아찔한 '킬힐'들이 거리를 배회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걷는데 불편함은 물론이고 허리통증, 관절염까지 동반할 수 있는 이런 하이힐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키가 커 보이고 싶은 욕심 때문에? 혹은 몸매 교정 효과를 노리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각계각층의 패션피플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우리를 아프게 하는 구두를 사랑하는 이유(Why We Love the Shoes That Hurt Us)'에 대해서 들어보았다.


◆'하이힐은 권력이다!' - 낸시 렉퍼드, '미국의 여성화(1795~1930)'의 저자

의상과 관련해서 여성들이 고통은 견뎌내는 것은 보통 짝을 찾거나 신분상승을 위한 것이다. 그렇지만 요즘 극단적 형태의 의상들은 '권력과 통제'를 표현하는 것과 더 관계가 깊다. 즉 자신의 몸에 대한 통제, 몸을 이용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는 권력 말이다.


요즘에는 '말랐다'는 것이 우월한 계급을 의미하는 것이고 하이힐은 마른 몸매와 긴 다리를 부각시켜준다. 하이힐을 신으면 헐렁한 셔츠에 운동화를 구겨 신은 것보다 우월해지는 것이다.


◆하이힐은 경쟁의 산물 -로버트 프랭크, 미국 코넬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키가 크다는 것이 언제나 장점인 것은 아니지만, 보통은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키가 큰 사람이 돈을 더 잘 벌고(호주 국립대학 연구에 따르면 키가 평균보다 5cm 정도 더 크면 연봉도 500파운드(약 100만 원) 더 많음), 사회적으로 남의 주목을 더 잘 받는다. 이때문에 하이힐이 매력적인 것이다.


그러나 키라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굽이 없는 신발을 신었다면 2인치짜리 힐을 신은 여성이 당연히 더 커보인다. 그러나 이 여성은 4인치 힐을 신은 사람들 속에서는 작은 축에 속한다. 이는 패션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힐이 높아지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이같은 힐 경쟁은 '무기 경쟁'보다는 돈이 덜 들겠지만 소모적이라는 점에선 다를 바가 없다. 모든 사람이 힐을 신는데 누가 더 유리할 것인가.

AD

◆리스크가 높을 수록 보상은 달콤해 -제니퍼 스캔론, '악녀는 어디에든 간다'의 저자


하이힐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여자들도 알고 있다. 그러나 패스트푸드, 담배, 술 등을 생각해보라. 그것이 주는 즐거움 즉 보상과 리스크 사이에 협상을 하는 것이 우리의 소비문화다. 여자들은 판단을 내리는데 있어서 남자들보다 나을 것도, 못할 것도 없다. 단지 선택의 여지가 넓은 것일 뿐이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