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발행 자금으로 배당-자사주 매입

[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글로벌 증시에 이어 회사채 시장도 버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과감한 베팅에 나서는가 하면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해 배당과 자사주 매입 자금을 조달하는 비정상적인 모습까지 연출됐다.


지난해 신용시장이 사실상 붕괴됐을 당시 기업들은 회사채 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하기 위해 10~20%의 수익률을 보장해 줘야 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회사채 시장에 뛰어들면서 우량 회사채부터 투기등급까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 보도했다.

인베스트먼트 컴퍼니 인스티튜트(ICI)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총 2650억 달러의 자금이 회사채 시장으로 유입됐다. 이는 주식형 펀드에 유입된 자금의 15배에 이르는 규모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에 따르면 정크본드와 국채 간의 스프레드 격차는 연초 16%에서 7.5%로 급락했다.


이는 경기회복과 더불어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지만 버블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투자자들이 고위험-고수익 투자를 추구하면서 버블이 형성된 상황에 경기가 더블딥 침체로 접어들면서 투자자들이 앞 다퉈 빠져나갈 경우 회사채 가격 급락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업들이 저금리에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해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활용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연출하자 규제 당국의 우려가 고조되는 양상이다. 신용시장이 해빙기를 맞이하고 금리가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기업들이 대담해진 것.


지난 주 있었던 항공기 제조업체 트랜스다임 그룹(TransDigm Group)의 예가 대표적이다. 이 업체는 4억2500만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이 가운데 3억6000만 달러를 주주들을 위한 특별 배당금 등 명목에 사용할 예정이다. 트랜스다임은 이번 회사채 발행으로 부채 규모가 소득 대비 4.3배로, 기존 3.1배에서 늘어났다.


지난 7월 인텔은 17억5000만 달러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고, 이 가운데 15억 달러를 자사주 매입에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의 제프리 로젠버그 헤드는 “이 같은 움직임은 연준(Fed)이 금리를 낮췄던 지난 2003~2004년에 나타나던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덱스미디어 같은 기업들이 베인 캐피탈, 블랙스톤 등과 같은 사모펀드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에 나섰고 올해 덱스미디어는 채무를 이기지 못해 파산신청을 하기 이르렀다.


퍼스트퍼시픽 고문의 토마스 H. 어테베리는 “현재 회사채 시장의 과열에서 펀더멘탈 측면의 정당성을 찾기는 힘들다”며 “경기회복세가 지속적으로 나타나지 않을 경우 지금의 채권 가격과 수익률을 적정 수준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메리칸 센추리 인베스트먼츠의 데이비드 맥에윈 최고투자담당(CIO)은 “너무 빨리, 멀리 오지 않았나, 현재 경제상황에서 적정한 가격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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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우려는 최근 미국 경제관련 지표의 호조세가 주춤해지고 증시 역시 조정 국면을 맞이하면서 더욱 고조되고 있다. 지난 2주 동안 증시는 하락세를 그렸고 9월 실업률은 증가했을 뿐 아니라 주택 판매와 제조업 주문은 내림세를 기록했다.


이는 경기회복의 장기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할 수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의 예상처럼 더블딥이 현실화될 경우 투자자들은 다시 국채나 정부 보증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몰려들 가능성이 크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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