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인상..성급한 전망보다 상황주시가 먼저
한국은행과 재정부 입장 큰 차이 없어..주담대출 억제 목표
한국경제를 책임지는 양 축인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가 금리인상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이 연출되자 한국은행이 한발짝 물러서는 모양새를 갖췄다. 이에 따라 당초 재정부가 주장한 올해 중 금리인상 불가론에 다시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지난 10일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시사는 금리결정 주체기구의 수장로서 향후 금리인상 후폭풍을 줄이기 위한 '심리적 압박'용이었다는 진단이다. 재정부가 출구전략 시기상조론을 주장하는 것 역시 '성장'을 책임진 기관으로서 무게중심을 둔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양 기관이 바라보는 목표는 같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연내, 더 나아가 11월을 기조적 금리인상 출발점으로 못 박는 것은 무리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이 총재의 발언은 지난 2006년 주택가격 폭등 당시 한은이 기준금리를 뒤늦게 올림으로써 부동산 투기에 선제대응하지 못했다는 비난에 대한 '학습효과'도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이 총재는 "주택담보대출이 최근과 같은 증가세가 유지되고 집값이 상승세를 이어나간다면 금리인상을 할 수 있고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해도 완화정책은 지속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지난 8월 금통위 후 이 총재는 경기회복국면을 언급하며 "3ㆍ4분기 경제동향을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해 일각에서 3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결과가 나오는 11월 금통위에서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해외 각국과의 공조를 고려할 때 한국만 홀로 금리인상을 결정하는 것은 다소 무리"라고 밝혔다.
재정부 다른 고위 관계자 역시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추가 부실 위험과 금융 부문의 부실 확대 등 글로벌 위험요소가 여전히 불씨로 남아있고, 하반기 재정여력 약화와 신종플루, 소비ㆍ고용부진으로 당장 출구전략을 고려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은 고위 관계자는 "이 총재의 언급은 물가상승률이 3% 전후인데 기준금리가 2%라면 실제금리는 마이너스이고 0.25%포인트를 올려도 마찬가지라는 점, 또 저금리에 대한 편익이 떨어지고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교과서적인 발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은 고위 관계자 역시 "기준금리 인상은 국내ㆍ외 경제여건이 성숙된 단계에 접어들어야 가능하지만 일단 지금까지 추세로 볼 때 향후 기준금리 상승에 대한 부담을 덜고 가겠다는 차원"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700조원을 상회하는 사상 최대 가계부채, 350조원대의 주택담보대출, 지지부진한 기업구조조정 등을 고려할 때 금리인상 시사 발언은 당연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는 외부에서 기준금리가 당분간 절대 인상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미리 깨놓음으로써 향후 금리인상시 불어닥칠 수 있는 후폭풍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금리인상 '압박용 멘트'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온 데는 2006년 집값 폭등시 한은이 받았던 '비난'에 대한 학습효과도 큰 영향을 줬다.
집값이 급등 직전이었던 2005년 12월말 3.75%로 유지되던 기준금리는 2006년 2월에 4.0%, 6월에 4.25%, 그리고 2007년 7월에야 4.75%로 올라 한은이 선제적 대응에 실패하고 허둥지둥됐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금융계의 고위 관계자는 "한은이나 재정부가 민간동력이 살아나 경기회복속도가 빨라지고 해외불확실성이 낮아질 경우 금리인상을 할 필요가 있다는데 동의하고 있고 이는 이미 수개월전부터 제기돼 왔던 것"이라고 언급했다.
윤종원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금리 인상은 기본적으로 중앙은행이 판단할 문제로,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도 "(출구전략과 관련해선) 경기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고 한은도 우리와 인식 차이가 크다고 생각진 않는다"고 밝혔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도 "현 경기상황은 정부의 확장적정책 영향탓이며 여전히 기업의 투자가 부진한 상황에서 금리인상을 고려하긴 힘들 것 같다"면서 "DTI 등 부동산 규제 방안이 나 온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을 좀 더 모니터링한 뒤에 금리인상을 검토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 총재의 9일 금리인상 발언으로 11일 오전 9시30분 현재 국고채 3년물은 0.07%포인트 상승 4.58%, 국고채 5년 0.04%포인트 상승 5.00%를 기록했다. 국고채 5년물이 5%를 찍기는 1개월여만이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 "이 총재의 발언으로 1%포인트 이상 기준금리 인상을 염두에 두고 국고채 금리가 상승할 수 있지만 단기금리 위주의 상승일 것이며 중장기물의 상승폭은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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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김남현 기자 nhkim@asiae.co.kr
장용석 기자 ys41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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