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시대 명장에 길을 묻다<10> 장일남 스포츠패션 디자인 명장

국내 최초 ‘입체패턴’ 도입 파티복 혁명
스포츠댄스웨어 제작 英 드나들며 독학
매년 패션쇼 개최 이달말 일본 진출 협상


스포츠 댄스웨어를 만드는 장일남 대표(56). 그의 부띠끄에는 수백종에 달하는 무도복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고혹적인 검정색의 드레스가 있는가 하면 화려한 수정으로 장식된 섹시한 의상도 있다. 조그만 빛마저 수백배로 증폭해 반짝이는 옷들이 저마다 독특한 멋을 뽐낸다.


국내 선수면 누구든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리지 않고 대회 출전을 앞두고 장대표의 부띠끄를 찾는다. 디자인은 물론이거니와 일반 경기복에서는 느끼기 힘든 편안한 착용감을 주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올해 노동부가 선정한 '2009 올해의 명장'으로 선정됐다.

그는 어려서부터 패션에 온통 눈이 쏠린 끼많은 아이였다. 중학교 교복을 맞추며 부모님 몰래 교복을 맞춘 양장점을 찾아가 당시 유행하던 나팔바지(바지 밑단의 통이 넓은 바지)로 고쳐달라고 할 정도였다. 나팔바지 덕분인지 당시 인근 여중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고 한다.


어린 그의 맘을 사로잡았던 건 우중충한 빛깔의 남성용 양복보다는 세련되고 다양한 변용이 가능한 여성복이었다. 학원을 수료하고 7년간을 여러 의상실을 돌며 조수로 생활하던 그는 실력을 인정받아 국내에서 명망을 얻던 박윤수 의상실의 패턴 실장을 맡게된다. 그는 여기서 약 8년간을 근무하며 아름다운 여성복을 만들었다.

장 대표가 국내 최초로 시도한 기법이자 그를 명장의 반열에 올린 기본 기술은 바로 '입체 패턴' 재단이다. 이전에는 평평한 테이블 위애서 자로 재단한 천조각을 이어 붙이던 게 다였다. 저레벨의 국내 재단 수준을 벗어나고자 장 대표는 직접 마네킹에 천을 두르고 핀을 꽂아가며 인체 굴곡에 착 달라붙는 재단을 시도했다.


실력을 아깝게 여긴 박윤수 디자이너가 그를 잡으려 했지만 결국 장 대표는 홀로 독립해 홍대에서 가게를 연다. '베틀' 의상실이라 이름붙인 이 의상실에서 국내에는 아직 생소하던 파티복들이 만들어졌고 국내 유명한 패션모델인 염정아와 박영선 씨 등이 그의 파티복을 입는 주인공이 됐다. 여러 의상실의 러브콜을 받으며 수주를 받아 옷을 만들던 그는 의상실을 경영하며 평생의 반려자인 부인 명연숙 씨도 만나게 된다.


그러다 10년전 사교댄스붐이 일었다. 장대표는 이를 보며 음지에 있던 댄스 문화가 양지에서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봤다. 스포츠댄스웨어가 예술적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그는 이후 매년 사교댄스의 성지라는 영국의 블랙펄을 드나들며 의상 연구에 매진한다.


국내에 제대로 된 의상 제작법을 아는 사람이 없어 순수한 독학으로 해외 유명 디자이너의 의상들을 연구하며 하나둘씩 경기복을 제작해 나갔다. 매일 3~4시간 밖에 잠을 자지 못하면서도 참 행복했던 시간이었다고 그는 추억한다. 현재 그의 예상대로 스포츠 댄스는 완연히 음지를 벗어나 국내에서도 주목받는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약 350만명에 이르는 댄스 인구가 국내에서 활동하며 읍,면 단위까지 댄스강좌와 동호회가 활동하고 있다.


장대표는 가장 기억에 남는 의상으로 그가 최초로 만든 스포츠댄스웨어를 꼽는다.흰색 바탕에 승천하는 용이 수놓인 이 경기복을 입고 나간 선수가 프로 챔피언에 올랐기 때문이다.


장대표는 현재 자신을 도와 패션디자이너로 활동하는 부인과의 사이에 장성한 아들 한 명을 두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아들은 중앙대 미대 졸업반인데 아버지의 일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아들은 군을 제대한 후 아르바이트를 아버지 가게에서 하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장 대표 역시 "자기 판단이긴 한데..."라고 말을 흐리지만 아들이 내심 가업을 잇기를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그는 일년에 한번 스포츠댄스웨어 패션쇼를 연다. 관람객들도 직접 참여하는 독특한 패션쇼이자 스포츠댄스의 축제이다. 100평이 넘는 넓은 홀을 대여해 아침부터 밤까지 600~7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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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 선수들 등 초대된 사람들은 패션쇼 뿐 아니라 자신이 직접 스포츠 댄스를 추기도 한다. 모델 등은 전원 현역 스포츠댄스 선수들로 구성된다. 올해도 10월말 서울 W컨벤션센터(옛 하림각)의 홀을 빌려 250점의 작품을 가지고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예산도 많이 들고 진행시간도 길어 여러모로 어려움이 따르지만 국내 최고의 스포츠댄스 축제로 자리잡을 수 있게 매년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그의 소망이다.


장일남 대표는 현재 부띠크 내의 디자인을 총괄하며 사업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현재 일본의 유명 스포츠댄스의류업체가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왔고 이번 달 말이면 구체적인 사업협상을 하러 일본측 관계자와 만날 예정이다. 스포츠댄스 분야의 선진국인 일본에 매장을 내고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로 삼는다는 것이 그의 올해 중요한 목표이다.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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