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강사 유씨(35 남)는 "오늘 강의만 9시간을 했다"며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가운데에도 인터뷰에 성실히 답변을 해줬다. 취재 도중 사진 촬영을 하겠다는 기자의 요구에 다소 난감해 했다. 얼굴이 외부로 나가면 출강하는 대학에 좋지 않게 보일 수도 있다는 것. 신씨의 부탁에 따라 사진촬영은 하지 않았다. <편집자>


"평균연령 36살, 무늬만 교수, 하루평균 공식강의 1.5시간, 시급 5625원(세후), 3년째 컵라면 점심, 하루평균 이동거리 32km"

서울 명문대 A대학 철학과 강사 유씨는 대학과 대학원 시절 촉망받는 학생이었다. 유학도 다른 사람들 보다 빨리 다녀왔다. 시쳇말로 '집안 기둥'을 몇 개는 뽑으면서 대학에만 15년 있었다.


지난 2006년 결혼을 했고 지난해에는 한명의 딸아이를 낳았다. 그의 나이 올해 35세. 직업은 '대학 강사'다.

유씨는 "빨리 돈을 벌라는 주위의 강요에도 불구하고 학자의 길을 걷기위해 달려왔다"며 "하지만 시간이 갈 수록 선택에 후회하는 순간이 많아진다"고 솔직한 감정을 드러냈다.


◆무늬만 교수= 유씨는 자신을 '무늬만 교수'라고 부른다. 그는 "학기가 끝날 무렵 성적을 올려 달라며 찾아오는 학생들이 전부"라며 "강의실 밖을 나가면 그저 공부를 오래한 고학생일 뿐"이라고 말했다.


사실 그의 목표도 한 대학의 정교수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전체 교수인원의 90% 정도가 자신과 같은 대학 강사 신분인 것을 보면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 보다 어렵겠다는 생각을 자주한다고 한다. 정교수를 정기적으로 뽑는 것도 아닌데다 선배중에는 마흔이 훌쩍 넘은 대학 강사도 있단다.


근로자도 아닌 그렇다고 사업자도 아닌 신분. 유씨는 무늬만 교수라고 자신을 명명했던 것 처럼 자신이 하는 일을 '품팔이'라고 했다.


그는 "좀 규모가 있는 학원에서 '강사'를 '교수'라고 부르죠. 저는 학원에서 일하는 그들보다도 못애요. 제가 하는 일은 품팔이죠. 예전에는 '보따리 장사'라고 했다죠?"라며 자조 섞인 이야기를 건냈다.


◆하루 평균 정규 강의 1.5시간= 대학강사에게 강의 시간은 급여와 직결되는 것이 현실이다. 강의 시간이 많으면 몸은 힘들지만 집에 가져다 줄 수 있는 생활비도 늘어난다. 하지만 대학측에서 강의시간을 일방적으로 배정하기 때문에 더 많이 뛰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


유씨의 경우 평균 정규 강의시간은 1.5시간이다. 한달로 계산하면 30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 시간당 급여가 3만원 선이기 때문에 한달 동안 강의를 뛰어도 90만원도 채 받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법정근로시간으로 계산해 신씨의 시급을 산출하면 시간당 5625원이라는 금액이 나온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보다 정확히 시간당 1625원을 더 받는 수준.


시급 계산은 그가 직접한 것이란다.


그러면서 그는 "한달에 90만원으로는 딸아이 기저귀 분유값에 공과금내면 딱 떨어져요. 저와 아내에게 들어가는 교통비와 식비는 꿈도 못꾸죠"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그의 아내는 Y학습지 교사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조금이나마 생활비를 벌어보자고 시작한 일이었지만 그 마저도 최근 회사측에서 학습지 교사를 줄이는 바람에 언제 그만두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제 그도 대학 강의 이외에 또다른 벌이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하루평균 이동거리 42km= 유씨의 하루평균 이동거리는 42km다. 이 대학 저 대학을 옮겨다니며 강의를 해야하는 강사신분이기 때문이다.(이동 거리 평균 역시 그가 계산했다.)


오전 11시에 서울의 한 대학에서 강의를 끝내고 오후1시에 수원의 또다른 대학에서 강의를 하기위해 바쁘게 옮겨가야 한다. 게다가 그의 집은 의정부란다.


유씨는 "그나마 저는 다행이에요. 동료 대학 강사들 중에서는 서울에서 강의를 끝내고 조치원까지 달려갔다가 상계동 집까지 오는 사람도 있어요"라며 멋쩍게 웃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저의 하루 평균 이동거리를 뛰어다닌다면 마라톤이 되죠"


◆3년째 컵라면 점심= 유씨의 점심은 3년째 컵라면이다. 강의 시간이 점심시간을 전후로 길어야 2시간이기 때문에 이동시간을 감안하면 30여분밖에 시간이 남지 않는다. 하지만 남은 시간 마저도 막바지 강의 준비를 하느라 컵라면을 먹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는 "서른 둘의 나이에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대학 강사 신분이 된지 3년 정도 되니까 강사 경력만큼 컵라면 수가 정확히 비례하겠네요"라고 답했다.


그 덕분에 지난 해 병원신세도 졌다. 강의도중 배가 심하게 아파 강의를 중단하고 병원에 갔더니 위벽이 모두 허물어 졌다며 며칠간 입원해서 치료하라고 했단다. 그래서 그는 딱 3일동안 입원했다고 했다.


그는 아직도 4대보험이 없었다.


◆'꿈과 가족' 모두 지키고 싶다 = 주변에서는 그에게 힘들게 살아가느니 차라리 정교수 되는 것을 포기하라고 한단다.


하지만 유씨가 아직까지 대학 강사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의 꿈과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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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끝내며 유씨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사는 것을 보면서 어떤 지인은 너무 이기적인 것 아니냐고 욕하기도 해요. 하지만 저는 꿈도 가족도 모두 지킬 겁니다. 지금은 좀 힘겹지만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으로 말이죠. 그게 제가 전공한 '실존(existence)'입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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