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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형복지]"어려울 것만 같던 인문학이 노숙인 굴레벗는 동앗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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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에 거주하던 이모(58)씨는 올 봄 거리생활을 청산했다.

이씨가 삶의 방향을 잃고 노숙과 쪽방촌을 전전하며 청춘을 허비한건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운영하던 작은 유통업체가 부도나 하루아침에 거리로 나 앉았고 가족도 그의 곁을 떠나고 난 직후부터다.
그러다 지난해 노숙인 보호소인 브릿지센터에서 자활을 생각하게 됐다. 지난 4월부터는 특별자활근로에 참여했다. 그러다 맞이하게 된 인문학교실은 그에게 또 다른 전환점이 됐다.

'왜 사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는 인문학이 이씨에게 잃어버렸던 삶의 동기를 찾아줬다.

삶의 방향을 잃거나 먹고사는 문제가 생존의 최우선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인문학이라는 용어는 그 자체만으로는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이고 근원적인 문제에 대해 스스로에게 던지는 물음이 잃어버렸던 '나(자아)'를 찾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었다.

그러면서 조금씩 스스로를 추스렸다.

이씨는 "백지를 앞에 놓고 천천히 지난 삶에 대한 시간들을 적어 내려가자 고통스러웠던 지난 날들이 그 위에 차곡차곡 정리되는 것 같은 후련함이 느껴졌다"며 "연락이 되지 않는 가족들에 대한 원망도,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던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증오도 인문학을 들으며 조금씩 내려놓게 됐다"고 회고했다.

시가 지난해부터 처음 시작한 '희망의 인문학 코스'를 올해 대폭 확대했다. 교육과정은 6개월.

지난해 노숙인 등 저소득층 300여명을 대상으로 시범운영했고 성과가 좋았다. 이중 200여명이 6개월 과정을 끝까지 들었고 150명 이상이 '인문학 코스를 계기로 내 인생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꿨다'고 대답했다.

올해는 지난 6월 말까지 참여인원이 1500명이 넘는다. 10명 중 7명은 '계속 참여하겠다'고 열의를 보였다.

인문학 코스는 노숙인 쉼터 및 상담보호센터 등 보호시설에 입소해 생활중인 노숙인 중 원하는 경우 참가할 수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의 수급자나 차상위계층 중 지역자활센터, 구청에서 실시하는 자활근로사업에 참여중이거나 자활공동체 근로에 참여하는 저소득주민 등도 가능하다.

철학, 문학, 역사 등 인문학 중심의 강좌를 기본으로 하되 문화ㆍ예술 공연관람, 유적지 탐방 등 다양한 체험학습도 병행된다. 재무설계와 금전관리 요령, 경영ㆍ재무 컨설팅 교육과정도 있다. 내년에 대상을 노인, 장애인까지 확대, 1만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희망의 인문학 코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지난 달 20일 경희대에서 열린 인문학 강좌에 강사로 직접 나선 오 시장은 힘들었던 자신의 어린시절 경험담을 들려주기도 했다.

김민진 기자 asiakm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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