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거대 KT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함으로써 한국노총도 민주노총도 아닌 '제 3의 노총'이 노동운동의 대안세력으로 등장할 지가 관심을 끌고 있다.


내년부터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제 3의 노총 설립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규모의 제약,이해관계 상충 등의 문제탓에 새로운 노조 출범은 단기에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노동계는 조합원의 의견을 수렴,반영하는 등 내부혁신을 통해 생존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제3노총 가능할까

KT에 앞서 민노총을 탈퇴한 인천지하철과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를 비롯한 전국 6개 지하철 노조는 오는 9월 '전국지하철노동조합연맹(가칭)'을 결성하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22일 "지하철 노조는 연맹을 결성한다음 공공기업 노조로 구성된 전국지방공공기업연맹 등과 힘을 합쳐 별도의 공공기업 노총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안다"면서 "이는 곧 제의 3노총 설립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내년부터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민노총, 한국노총 등 기존의 상급 단체를 탈퇴하지 않고도 새로운 상급단체에 가입할 수 있게 되는 만큼 제3노총 설립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문제는 여러 업종들을 통합해 이념적 통일성을 일궈내야 하는 반면,가입 조합원 숫자는 적어 새로운 노총출범까지 넘어야할 산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KT와 인천공항, 서울메트로가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합쳐기란 쉽지 않다"면서 "이들 단체들이 뭉쳐 이해조준이 잘 안될 경우 또 다른 문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 기존 노동조합에 식상한 사람들끼리 모여, 새로운 가치관을 표방한다면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평가하고 "다만 10여개 단위기업 노조가 모인다고 해서 노총이라 말하기 어려워 규모상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도 "서로 다른 업계에 종사하는 단체가 이념을 하나로 통일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 "미니 단체들이 화학적으로 결합해 나가는 데에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도 "지금 나오는 제3노총론은 민주노총의 실패에 따른 반사작용의 성격이 강해 논의만 있다 흐지부지 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제3노총을 이끌어 갈만한 사회적 명망을 갖춘 인물도 눈에 띄지 않는 등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평가절하했다.


◆"노조는 서비스기관이어야"


민노총 탈퇴 현상을 계기로 "노조는 조합원이 중심이 돼야 하며,조합원 요구를 대변하지 못하면 결국 외면받는다"는 원론칙론이 힘을 얻고 있다.


남성일 서강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지나친 정치투쟁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이제까지의 노총이 조합원을 이끌고 가는 리더 역할을 했다면 21세기 노동조합은 조합원을 위해 봉사하는 서비스 조직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양규 연구위원은 노동운동도 이제는 경제적인 시각에서 전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 연구위원은 "경제적 원리에 정치색깔이 혼재돼 있어 문제가 발생했다"고 전제하고, "노조원의 이익을 극대화 한다는 목적 아래 경제적 유인에 따라 문제를 해결한다면 적어도 KT 조합원들과 같은 불만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장의 목소리가 수뇌부까지 전달되기 위해 실질 근로자들과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올바른 노동운동을 위한 준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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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원 박사는 "노동운동이 자기분화를 거쳐 이념과 운동방식에서 경쟁관계가 생기기 시작하면 양대노총의 한계를 보완하고 자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민노총은 지난 1987년 7월 노동자 대투쟁을 계기로 많은 노동조합들이 한노총에서 민노총으로 대거 이동했던 과거를 기억해야 한다"면서 "한노총은 이후 자기혁신을 통해 대화와 협상으로 노동문제를 풀려고 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현정 기자 hjlee3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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