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21일 쌍용차 사태와 비정규직법ㆍ미디어법 강행 처리 등 정부의 일방독주를 저지하기 위해 또 총파업을 선언했다.


그러나 KT 노조 탈퇴 이후 현장의 호응이 크지 않아 산하 간부나 금속노조 일부 사업장만이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현실에 뒤떨어진 이념으로 일방적 투쟁만을 강조하는 노동운동에 한계가 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비현실ㆍ정치성이 파행자초= 지난 4월 민노총을 전격 탈퇴한 인천지하철노조 이성희 위원장은 "KT 사태는 민노총의 비민주적 운영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꼬집었다. 직장을 잃고 생계를 걱정하는 조합원들을 외면한 채 '무조건적 투쟁'을 강요, 극에 달한 불만이 95%라는 압도적 찬성이라는 조합원 투표를 계기로 터졌다는 것.


이 위원장은 "상황이 이런데도 민노총은 KT노조 탈퇴에 외부세력의 개입 가능성을 주장하는 등 여전히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지금이라도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면 민노총 소속 노조의 도미노 탈퇴 현상은 불가피 하다"고 말했다.

민노총식 운영은 현실을 무시한 시대착오적 고집과 내부 세력간의 권력다툼, 정치투쟁으로 요약된다. 한국경제연구원 변양규 노동전문 연구위원은 "조합원들이 투쟁하는 이유는 더 안정된 직장에서 합당한 임금을 받고 근로하기 위한 것이데 반해 민노총은 정치적 이슈에 집착, 세력 넓히기에만 급급했다"고 분석하고, "조합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소홀했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진단했다.


정치적 목소리를 높여 국민들에게 노총의 존재를 알리려는 데 급급했다는 것. KT노조 관계자도 "전국적 집회에 참석해 달라는 민노총의 요구는 조합원의 이익과는 전혀 상관 없음에도 일방적으로 강요했다"고 말했다.


지도부와 일반 조합원들 사이에 소통 부재 역시 큰 문제였다. 변 연구위원은 "지도부가 추진하는 이슈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해 조합원들의 불신과 의문이 커질 수 밖에 없었다"며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투명성 부족을 지적했다.


장상수 삼성경제연구소 경영학 박사 역시 경제보다 정치가 중심에 선 노동운동을 꼬집었다. 장 박사는 "민노총은 정치집단인지 이념단체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모든 이슈에 대해 거리투쟁을 일삼아 왔다"면서 "조합원의 공감대를 전혀 형성할 수 없는 정치싸움에 앞서는 순간 노조의 성격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민노총 쇄신 가능할까=민노총이 색깔을 한순간에 바꾸는 것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변 연구위원은 "산하 조합원들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했다는 포괄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새로운 조직이 출범하거나 산별 노조들의 추가적인 탈퇴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민노총의 와해 같은 조직 전체가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민노총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상태에서 상징적 차원의 지도부 교체와 같은 일종의 '보여주기식' 물갈이 가능성은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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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연구위원은 "민노총 고위 간부간의 내부 갈등이 정치적 이견 차이에서 비롯될 경우 의견조절은 힘들 것"이라면서 "한국노총과 같이 조합원의 이익을 대표하는 구체적 목적 달성을 위한 움직임을 보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민노총은 기본적으로 이념적이고 투쟁적인 강경노선을 펼쳐왔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이현정 기자 hjlee3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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