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옥과 정갑영의 명화 경제 토크
이명옥 지음/시공사 펴냄 / 1만4000원


“무기력(혹은 성교 불능)이야말로 사랑보다 강력한 적(敵)이다.”
기막힌 명언이다! 명언은 영국의 새무얼 버틀러(Samuel Butler, 1835~1902)가 남긴 말이다. 버틀러는 다재다능했단다. 소설가였다. 목사는 중도 포기했다. 화가, 번역가, 그리고 작곡가였다. 그는 아무데도 없다는 뜻의 ‘nowhere’라는 철자를 뒤집어 제목을 단 소설 ‘에레혼(Erehwon)’으로 유명하다.

또 그는 배우 구혜선과 겹쳐진다. 구혜선은 배우, 소설가, 심지어 화가로 유명해지는 추세다. 팔방미인이다. 여기 팔방미인이 또 있다. 이름하여 이명옥, 사바나미술관장이다. 이 관장은 미술, 문학, 철학, 미학, 영화, 음악에도 무척 조예가 깊다.


하지만 약점은 있다. 신문의 경제면은 건성으로 읽었고, 재테크나 부자 되기를 부추기는 도서들은 아예 외면했다고 책에 고백한다. 어느 날이었던가. 미술관장(CEO)으로 미술관(비영리)의 재정 상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른다. 그러면서 고민에 빠졌다. 결론은 경제를 알아야겠다는 결심이 선 것.

자신의 전문(미술) 분야를 살려 그림(명화)에 담겨진 경제적 요소를 추적하고 싶어 했다. 경제 문외한인 처지를 도와줄 개인교사가 필요했다. 해서 경제전문가인 정갑영 연세대 교수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다. 인연이 시작됐다. 그 덕분에 탄생한 저서가 ‘이명옥과 정갑영의 명화 경제 토크’이다.


책은 재밌다. 명화와 경제가 부부의 인연(2007년 10월)을 맺었다. 그러고는 독자들을 하객을 초대한다.
책은 명화로 경제를 파헤치는 상관관계를 유지한다. 그러면서 이 관장과 정 교수가 대담하는 형식을 빌려 본문이 채워진다. 총 33점 명화가 등장한다. 화가 로렌초 디 크레디의 ‘수태고지’를 시작으로 황금보다 값비싼 파란색을 얘기하면서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논하다. 화가 장 프라수아 밀레의 ‘만종’과 키스 해링의 ‘무제’를 통해서는 돈과 행복의 이중주에 대해 경제를 이야기하며 끝을 낸다.


물론 중간중간 패션모자에 숨은 원리, 미술품 투자의 달인 곰의 가족, 혹은 정략 결혼의 경제학, 심지어 거리 마케팅의 원조, 포스터 같은 소주제(총 14장)로 대담이 주거니 받거니 진행된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핵심 경제 용어’를 각장 말미에 친절하게 달았다. 고백하건대 나는 파란색이 17세기까지 오직 성모를 위한 컬러인 줄 몰랐다. 이렇듯 명화에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좇다 보면 아, 그림이란 이런 거구나 싶은 심정에 복받친다. 어디 그뿐인가. 명화에 빗대어 경제학 용어를 맛깔스럽게 풀어 설명하는 정갑영 교수의 가르침이 마냥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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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효용’이란 경제학 용어를 두고 ‘만족감’으로 설명하는 대목이 무척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구스타브 카유보트(1876~1877)의 그림 ‘파리 거리, 어느 비 오는 날’과 만나도 마찬가지다. 당시 도시 개발이 부동산 가격과 집값 폭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관한 이야기(104쪽)를 기막히게 잘 들을 수 있다.


“정부가 넓은 길을 만든 것은 바리케이드를 세우지 못하고, 포병대가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기 쉽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소설가 빅토르 위고가 남긴 말이 하하하, 웃을 수만은 없지만 명화 속에 경제를 추적하는 재미는 빙그레 미소를 짓게 만든다.

심상훈 북칼럼니스트(작은가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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