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에서 바라보는 한국 경제의 회복세는 빠른 편이다. 세계은행은 올 하반기부터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임스 린 세계은행 부총재는 "전 세계적 침체와 수출에 대한 강한 의존도 때문에 한국도 타격을 받았지만 내년에는 2%, 2011년에는 4~5%성장률로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회복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 수비르 랄 한국과장도 "우리는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최악의 상황이 지나간 것으로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아시아개발은행(ADB)도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경제가 아직도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 경제는 비교적 후한 평가를 받아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경제 회복의 징후는 실물 지표에서도 감지된다. 경기 선행종합지수를 구성하는 10대지표가 지난 4월 7년여 만에 모두 플러스로 돌아선데 이어 성장률도 지난 1분기 0.1%에 이어 2분기에는 2%까지 올라갈 것으로 점쳐진다. 또 5월 부도업체도 전달에 비해 30%이상 급감하며 20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실업률도 3.8%로 OECD 국가 중 네덜란드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소비와 소매업체의 투자심리가 회복조짐을 보이는 것으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비자 소비심리가 석 달째 상승하면서 2년 전 수준을 회복했으며 대한상의에서 매출액 순위가 높은 유통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소매기업들의 투자도 연초 계획보다 늘려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소비가 살아나고 있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전망을 밝게만 볼 수 없는 지표들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우선 원ㆍ달러 환율이 예전 같지 않아 '불황형'이지만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무역수지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또 외평채 가산금리가 급등하고 국제유가도 다시 기세를 떨치고 있다. 북한문제도 향후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경제회복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특히 다시 고개 드는 미국과 유럽의 경기 회복 비관론도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제로수준인 정책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한 것이나 지난 3월초 이후 금융시장 안정세를 바탕으로 견실한 상승세를 보이던 미국과 유럽의 주가가 혼조세를 거듭하는 것도 아직 '휘파람 불 때'가 아니라는 경고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급등하는 유가와 상승하기 시작한 장기 금리, 재정적자가 경기 회복을 억누를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 경제가 더블딥을 겪을 가능성이 있고 증시는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클로드 트리세 유럽중앙은행 총재도 세계 경제는 '해도에도 없는 바다에 떠있는 조각배'라고 비유하고 예상하지 못한 파고가 몰아닥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정부가 오늘 발표한 올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서 당분간 확장적 정책기조를 유지하면서 고용 창출에 주력하고 기업들의 상시 구조조정을 강화키로 한 것은 이 같은 불안감을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고용과 설비 투자가 부진하고 기업의 낮은 생산성과 사회 양극화에 따른 갈등 심화 등 성장을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진단이다.
국내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는 데도 '7월 위기설'이 나오는 것도 국내외 경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두 차례의 위기설에 이어 다시 등장한 7월위기설은 영국과 동유럽 국가들의 금융부실과 북핵 리스크로 외국계 자금이 대거 이탈할 것이라는 것으로 정부와 전문가들은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일축하지만 자본시장에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니다.
경제는 살리긴 어려워도 한 순간 방심하면 그르치긴 쉽다. 일부 지표가 개선조짐을 보인다고 긴장을 풀어선 안 된다. 우리 경제는 하강속도가 둔화됐을 뿐 회복을 자신할 단계가 아니다. 각 경제주체들이 비상대응체제를 갖추고 경제체질을 개선해 확고한 성장기반을 다져나가야 할 것이다.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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