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국악관현악단 임평용 단장 인터뷰


[아시아경제신문 박소연 기자]"서양의학이 국소부위를 정밀하게 파헤치는 것처럼 서양음악은 논리 정연하고 정선된 음악입니다. 국악은 한의학이 병의 근원을 찾아내는 것처럼 왜 여기가 막혔나 썩었나를 찾아내는 음악이라고 볼 수 있죠. 기축문화에 바탕을 둔 민속음악이기 때문에 마니아가 아니라도 쉽게 마음을 열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임평용 서울시국악관현악단장은 국악과 양악을 모두 다룰 줄 아는 보기 드문 지휘자다. 6살때부터 고등학교까지 피아노를 전공했지만 대학에서는 국악을 전공했다. 또 유학길에서는 작곡과 오케스트라 지휘를 공부했다. 의사로 치자면 한의학과 양의학을 모두 공부한 셈이다. 따라서 누구보다 객관적으로 국악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

"사실 서양인들이 보기에 국악은 무시할 만한 요소가 많지요. 우리 음악은 정교한 소리도 아니고 작곡자의 표현을 중시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우리음악은 '흥'이 있다고나 할까.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음악이니까 소리가 좋다 나쁘다는 둘째치고 감성을 건드리고 폭발적인 면을 가지고 있어요. 우리 음악이. '흥(興)'에서도 그렇지만 '한(恨)'을 표현하는데도 탁월하죠. 한이라는 단어는 번역이 안되요. 응어리졌다는 말은 서양악기로는 표현이 안됩니다."

임 단장은 서양인들의 성향을 단적으로 표현해주는 일례를 들었다. 유럽에서 문이 고장나서 열쇠수리공을 불렀더니 문 위에 구멍을 내고 문을 따주더란다.

"우리는 손잡이를 뜯어냈다가 그대로 다시 붙이거나 갈고리같은 걸로 문만 살짝 열어주잖아요. 서양인들은 문에 그대로 구멍을 냅디다. 구멍을 내고나면 다음에 문을 어떻게 쓰란말입니까?"

임 단장은 이런 근본적이고 통찰적인 면면이 우리 음악속에 살아 숨쉬고 있다고 설명한다. 문명이 발전함에 따라 인류는 더 강렬한 표현, 다이나믹한 것을 원하지만 요즘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는 국민들에게 우리음악이야말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힘을 준다고 강조한다. 우리 민속 음악이 생활속에 자리잡았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삶의 여유와 정신적 건강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임 단장은 단지 우리 속에서만 머무는 것은 지양한다. 패션도 동양과 서양이 조화를 이루어 한층 나은 멋을 내듯 우리 음악의 좋은 점과 서양 음악의 좋은 점이 합쳐진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 것.

"우리 악기들은 '음색'이 아름답고 '어법'도 관객들에게 크게 사랑받을 수 있는 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 전세계 음악을 다 연주할 수 있는 호환성까지 있었으면 좋았겠지요."

그런 취지에서 외국의 민속악기들과 우리 악기들이 어우러지는 무대, 우리의 민속성을 지키면서도 외국의 음악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여러 실험적인 시도들을 많이 열어왔다. 그런 움직임 속에서도 임 단장은 좀 더 멀리 내다본다.

"지금은 크게 변혁을 주기보다는 우리의 자연스러운 톤을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히려 우리 악기들을 다른 음악에 맞춰 개량하는 것보다 원시적인 색깔을 지켜나간다면 외국인들에게 더 깊은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중국이 악기 개량을 참 잘했지요. 놀랍기도 한 부분이 있지만 우리 것을 지켜나가는 것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관객들이 국악을 외면하지 않도록 몸을 낮춰 관객곁으로 다가가는 노력도 끈질기다. "여러 다른 음악과 섞어놓고 관객의 눈높이에서 쉽게 연주하기도 하고 하다보면 전공자들의 비판을 받기도 하지요. 하지만 다양한 시도속에서 그런 비판쯤은 개의치 않습니다. 클래식이 한 작곡가의 세계를 표현한다면 민속음악은 원래가 근원적인 파워풀함을 가지고 있어요. 민속음악을 하위개념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인류가 쉽게 공감하는 음악이고 평화로운 음악입니다. 논리로만 설명하지 않고 내면과 맞아떨어지면 마음을 열기 쉬운 음악이죠."

그는 우리가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문화예술의 발전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유럽에서 정계인사들이 유명 연주회에서 한 번 모이고 나면 그 다음에 정치판도가 바뀐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문화예술이 정치가나 사업가들의 비즈니스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죠. 국민들의 삶이 달라지기를 원한다면 예술에 대한 관심이 필수적입니다."

아울러 기업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후원도 강조했다. 그는 이제는 IQ,EQ를 넘어 AQ(art quotient)를 가져야 할 때라는 유명 기업인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세련된 문화적 감각이 기업을 발전시킨다는 것이죠. 기업들이 예술에 대한 존중과 자기정립이 있을 때, 기업과 예술은 서로 대단히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사진 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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