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의 숨은 힘' 버림 통합의 미학 - <2> 성공 노하우 살펴보니
'나에게 걸레면 남에게도 걸레'···고강도 구조조정
발빠른 대처로 현금흐름 정상화시켜 경쟁력 제고



두산그룹에게 있어 인수ㆍ합병(M&A)은 구조조정과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상시적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가운데에서 M&A를 적극 활용해 다른 기업과는 차별화 된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두산이 M&A를 추진한 것은 1990년대초에 불어닥친 위기 상황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설비 증강, 경쟁사들과의 출혈경쟁으로 인해 창업 100주년이었던 1996년 두산그룹의 연간 매출은 3조원에 94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나에게도 걸레면 남에게도 걸레= 처음 닥친 큰 위기에 기업이 우왕좌왕 하자 박용곤 명예회장이 나섰다. 박 명예회장은 "두산은 지속돼야 한다, 알짜 기업도 필요하다면 매각해야 한다"면서 "나에게도 걸레면 남에게도 걸레"라는 '걸레론'을 펼쳤다. 제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감내하고 미련 없이 최고를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1995년부터 시작된 구조조정은 박용만 그룹구조조정실장(현 ㈜두산 회장)이 진두지휘했다. 박 회장은 1996~1998년까지 한국네슬레, 한국3M, 한국코닥, 두산씨그램, OB맥주 영등포 공장, 음료사업부문에 이어 OB맥주 지분 50%를 3500억원에 팔았다. OB맥주의 경우 벨기에 인터브루사와 50대50의 공동경영권을 갖는 합작사 설립이라는 방법을 활용해 주목을 받았는데, 공동경영을 통해 기업가치를 올린 두산그룹은 2001년 2차 지분 매각시에는 45%를 5600억원에 매각했다. 다른 계열사들도 외형 키우기에 열중하던 대기업들의 경쟁 덕분에 제값을 받고 판데다가 임직원들의 고용보장이라는 성과도 올려 매각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두산 관계자는 "1990년대 자회사 매각을 통해 위기에 앞서 선제적 유동성 확보가 기업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됐다"면서 "이 때부터 두산은 사전 리스트럭처링(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더 좋은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 기업과 주주가치를 증대시켜야 한다는 목표를 삼게 됐다"고 설명했다.


◆중공업으로 사업 개편= M&A를 통해 외환위기를 무사히 넘긴 두산은 이번에는 또 다른 고민에 빠지게 됐다. 미래 100년 두산을 책임질 신수종 핵심사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토론과 논의 끝에 두산그룹 경영진들은 두 가지 큰 결단을 내리게 된다. 첫째,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유지했던 B2C 사업을 버리고, B2B사업구조로 변신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사업이 바로 ISB(Infrastructure Support Business)라 불리는 인프라 지원사업이다. ISB는 도로, 철도, 항만, 공항 등 기존 사회간접시설 뿐 아니라 에너지, 국방, 생산설비, 물류와 운송설비 등을 망라하는 것으로 연간 시장규모가 전세계적으로 수천조원에 이른다.

두 번째는 ISB로 전환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그 답은 역시 M&A였다.

빠른 시간 안에 세계 5위권 기업에 올라서려면 맨땅에서 시작하는 방법은 더 이상 불가능했고, 선순환적 규모의 증대, 운영의 탁월성, 제품 품질의 시장 선도, 그리고 이 세 가지를 가능케 하는 사람과 경영의 글로벌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업인수가 가장 효율적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때 마침 2000년에 공기업 민영화의 일환으로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이 매물로 나왔다. 한국중공업은 발전과 산업설비를 주축으로 하는 ISB의 핵심이었다. 두산은 OB맥주의 잔여지분까지 팔고, 이미 확보해 놓은 현금을 바탕으로 주저 없이 한국중공업 입찰에 참여해 2001년 2월 인수를 완료했다. 이어 2003년 고려산업개발(현 두산건설), 2005년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기업에 이어 원천기술 확보와 신규시장 진출을 위해 해외 M&A를 추진했다.
2005년 미국의 AES 미주지역 수처리사업(현 두산하이드로 테크날로지), 2006년 영국 미쓰이밥콕(현 두산밥콕)과 루마니아 크베르너 IMGB(현 두산 IMGB)에 2007년에는 소형건설장비 분야에서 세계 1위 업체인 밥캣을 인수했다. 이로써 두산그룹은 ISB 전 분야를 아우르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두산은 M&A를 통한 상시적 구조조정을 통해 1996년 3조8000억원이던 매출은 2008년 23조원으로 성장했다. 10여년만에 6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또 다른 성장 기회 찾는다= 밥캣 인수후에도 두산의 구조조정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지난해 테크팩사업, STX지분 250만주에 이어 올 1월에는 주류사업을 매각했다. 지난 3일에는 두산인프라코어에서 물적 분할한 방산업체 두산 DST와 삼화왕관, SRS코리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사모펀드(PEF)와 연계한 새로운 방법으로 매각했다. 이들 자회사 매각은 내년 이후 본격화 될 경기 회복에 대비해 사전에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또 다른 기업 인수도 곧 가시화될 전망이다.

박용만 회장은 "경기침체는 앞으로 7분기는 갈 것으로 보이며 2010년 중반은 돼야 풀릴 것"이라면서 "두산은 이 기간동안 움츠리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며 어떻게 회복기를 맞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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