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에서 '유책주의'를 뒤엎는 판결이 나왔다. 유책주의란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관례다.

광주고법 제1가사부(선재성 부장판사)는 아내 A씨가 남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이혼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청구를 받아주지 않은 1심을 깨고 이혼을 허용했다고 8일 밝혔다.

지난 1990년 혼인 신고를 한 뒤 자녀 둘을 낳은 A씨 부부는 남편인 B씨의 음주와 외박이 잦아지면서 갈등을 겪기 시작했다.

A씨는 이같은 생활이 이어지던 1997년 결국 가출을 했는데, 가출 뒤 다른 남자를 만나 동거 하던 중 다리가 기형인 딸을 출산했다.

이에 A씨는 "딸이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이혼이 되지 않은 상태여서 내 자녀로 가족관계 등록을 하지 못해 치료가 어렵고 B씨와의 혼인 생활은 이미 파탄 됐다"며 이혼 청구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 부부의 혼인 관계는 심각하게 파탄 돼 다시는 혼인에 적합한 생활공동체를 회복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며 "A씨에게 새로 태어난 딸을 버려두고 B씨와의 혼인을 계속 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일 것"이라고 이혼 허용 배경을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상대방이나 자녀가 이혼 때문에 정신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심히 가혹한 상태에 처하게 되는 등 이혼 청구를 인용하는 것이 현저하게 사회정의에 반한다고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1심은 "A씨 부부의 혼인 파탄 책임은 일방적으로 집을 나가 다른 남자와 중혼 관계를 유지하며 딸까지 둔 A씨에게 있다"며 청구를 받아주지 않았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지난 2004년 한 이혼 청구소송 사건에서 "혼인생활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그 파탄을 사유로 해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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