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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망말라" 뜻새겨 이젠 악순환 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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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거 노무현 前대통령 입관
갈등과 분열을 넘어 화합과 통합의 발판으로
경제위기 극복에 한마음으로 전념해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와 유가족들은 25일 새벽 고인의 시신이 안치된 봉하 마을회관에서 입관식을 거행했다. 고인에 대한 염은 이날 새벽 1시29분께 시작해 30분정도 소요됐고, 사저에서 머물던 권 여사는 염이 끝나자 마을회관에 도착,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봤다.

베옷 수의를 입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표정은 잠든 듯 평온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천호선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노 전 대통령의 얼굴 표정은 잠들어 계신 듯이 편안해보였다”고 밝혔다.

입관(入棺)은 장례 절차상 고인이 세상을 떠났다는 의미이며, 따라서 입관 이후에는 첫 제사를 지내고 게 된다. 봉하마을에 마련된 분향소는 물론 전국의 분향소에는 노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비는 조문객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아 조문할 계획이다.

고향에서 평화로운 여생을 보내고자 했던 노 전 대통령은 이제 많은 사람들의 눈물 속에 마지막 안식처에 몸을 뉘게 됐다.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 노 전 대통령이 사후에나마 평온하게 영면을 취하길 바라는 게 국민의 바람이다.

고인은 우리에게 적지 않은 과제와 교훈을 남겨 놓고 떠났다.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라며 유서에도 남겼듯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그간의 갈등과 분열을 넘어 상생의 정치, 국민화합을 이루는 밑거름이 돼야 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 등 정치적 구태도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은 경제위기를 조기에 극복하느냐는 중요한 시점인 동시에 북핵 문제 등 나라 안팎으로 산적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론을 모아나가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어떤 경우에도 노 전 대통령의 비극을 국민 분열의 재료로 악용하려는 저급하고 악질적인 책동은 말아야 한다.

하지만 벌써부터 그런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노 전 대통령의 추모행사가 시위로 번지는 상황이다. 빈소 주변에는 현 정부 퇴진 문구들이 난무하고 있다. 노사모 등 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한승수 국무총리,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박근혜 의원, 정동영 의원 등 주요 인사들의 조문을 가로막았다. 일부는 계란과 물병을 던지기도 했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이 보낸 조화가 이들에 의해 내팽개쳐지고 짓 밝혀졌다. 유가족들은 청와대에 유감을 표명하고 화환을 다시 받았지만 빈소에 내걸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국가적 불행을 소수의 특정 집단에 의해 정략적 목적으로 악용당해선 안 된다.

불행한 전직대통령의 악순환도 이제는 끊어야 할 때다. 전임 대통령 중 단 한명도 퇴임 후 평탄한 삶을 보내지 못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4·19 혁명으로 하야해 해외에서 삶을 마감하는 비운을 겪었고 박정희 대통령은 독재정권이라는 오명과 함께 저격당하는 비극을 맞았다.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은 퇴임 이후 끊임없는 비자금 의혹에 시달렸고,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은 아들들이 구속되는 사태까지 겪었다. 도덕성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던 노 전 대통령도 측근들과 친인척의 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절대 권력이 무한(無限)집중된 ‘한국적 대통령’제에 메스를 들이 댈 때가 온 것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법칙이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에게 어김없이 적용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부와 국회, 학계와 시민·사회단체,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 ‘한국병을 치유하기 위한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만 이 불행한 일이 대한민국 역사를 새롭게 출발시키는 계기로 승화(昇化)될 수 있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유서에서 가족들에게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고인의 영욕(榮辱)으로 가득했던 63년 삶이 이렇게 마감됐다. 입관을 마친 노 전 대통령이 편안하게 잠들 수 있게 할 때이다.

이규성 기자 bobo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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