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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광장]법원 물 흐린 '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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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법부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는 법원이 시끄럽다.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사태 때문이다.

 

그런데 전국 법원에서 판사회의를 열어가면서까지 온 국민의 뜨거운(?) 관심을 받을 만큼 중요한 문제일까.

 

이런 의문은 서열이 있고 승진이 있는 조직, 특히 한국의 조직에서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관점에서 의문은 더욱 커진다.

 

승진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상사가 부하 직원들의 업무에 어느 정도 관여하는 건 일반적인 일이기 때문.

 

물론 법과 원칙에 따라 옳고 그름을 따지는 법원과 검찰 등 사법부에서는 그런 일들이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건 상식이다.

 

대부분의 일반 국민들은 신 대법관의 재판 개입이 옳지 못한 행동이었다는 수준에서는 어느 정도 일선 판사들의 반발을 이해할 수는 있을 지 모르겠다.

 

하지만 고법 중 최대 규모일뿐 아니라 승진에 민감한 서울고법 배석판사들마저 판사회의를 열어 신 대법관이 재판권의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의견을 모으고, 현직 대법관도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20년 이상 판사생활을 해 온 한 고법 판사의 한 마디가 이 상황을 대변할 수 있을 것 같다.

 

"20여년을 판사로 생활해왔지만 법원장의 위치에 있는 분으로부터 신 대법관처럼 재판에 대해 지시를 받아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이는 단순히 신 대법관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옳고 그름의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는 수준의 발언이 아니다.

 

한 마디로 법원은 '독립성'이 보장돼 온 곳이었다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다.

 

전국 법원 판사들과 고법 배석판사들이 들고 일어나고 있는 이유도 바로 법원의 '생명줄'과도 같은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당했기 때문이다.

 

신 대법관 사태로 법원 내부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는 맑은 물 속에 이물질이 유입된 데 따른 자체적인 정화활동이라 할 수 있다.

 

신 대법관은 혹시나 하고 기대를 걸었던 대법원 전원합의체 존엄사 선고 자리에서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사태는 이제 장기전으로 돌입한 양상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신 대법관 본인도 힘들어지고, 법원 내부 갈등도 심화될 것임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판사들의 정신적 지주라 할 수 있는 이용훈 대법원장의 속도 시커멓게 타들어가지 않겠는가.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신 대법관이 자진사퇴하는 것이 맞지만 타이밍을 놓쳤다.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하루 빨리 거취를 결정해 그 동안 힘들게 지켜 온 법원의 독립성이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도록 앞날이 창창한 판사들에게 힘을 보태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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