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오경 홀드백 법안에 제작·배급계 반발
프랑스식 투자 의무 빠진 반쪽 규제

서울의 한 영화관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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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업을 둘러싼 법안 하나가 업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임오경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이 발의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이다. 극장 상영이 끝난 영화는 이후 6개월간 어떤 플랫폼에도 공급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의 취지는 극장 보호. 그런데 극장을 제외한 영화산업 전반은 반대한다.


극장 측 주장의 핵심은 생존이다. 영화가 스크린에서 내리자마자 IPTV나 OTT로 빠르게 넘어가는 흐름이 관객 이탈을 부추긴다고 주장한다. 6개월 홀드백이 법으로 보장되면 관객이 극장 외에 선택지가 없어지고, 그것이 관객을 다시 극장으로 끌어올 수 있다고 본다. 글로벌 OTT의 자금력에 밀려 홀드백이 더 짧아질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대형 극장 체인 관계자 A씨는 "최근에도 '휴민트'가 개봉한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넷플릭스에 공개됐다"며 "글로벌 OTT가 개봉 직후부터 콘텐츠 확보에 나서는 상황에서 극장만 버티라고 하는 건 무리"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극장이 살아야 한국 영화도 산다. 법제화는 생존의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제작·배급·독립영화계의 생각은 다르다. 극장 위기의 원인을 홀드백 단축이 아닌 좌석 몰아주기와 조기 종영에 있다고 본다. 실제로 영화진흥위원회 조사에서 극장을 기피하는 이유에 홀드백이 짧다는 응답은 상위권에 없었다.

[위기의 한국영화]1주일만 틀고 6개월 묶는다...홀드백 법안 두고 영화계 분열 원본보기 아이콘

홀드백 법제화는 소비자에게도 장애가 될 수 있다. 극장이 1주일을 상영하고 6개월을 묶어두면, 극장에서도 플랫폼에서도 해당 영화를 볼 수 없어진다. 독립 배급사 대표 B씨는 "1주일 상영하고 6개월 홀드백을 요구하는 건 소비자 입장에서도 말이 안 된다"며 "극장에서 제대로 틀지도 않은 영화를 6개월 동안 묶어두면 관객은 잊어버리고 제작사는 빈털터리가 된다"고 지적했다. 영화감독 C씨도 "지금의 환경은 극장에서 2주 이상을 버텨도 OTT나 IPTV 수익이 없으면 제작비를 회수할 수 없는 구조"라고 단언했다.


법안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프랑스 사례를 근거로 든다. 프랑스는 극장 종료 이후 무료 스트리밍까지 22개월의 홀드백을 법령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프랑스 모델은 단순히 플랫폼 공급을 막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방송사와 OTT가 프랑스 영화 제작에 의무적으로 투자하도록 하는 재원 조달 구조가 함께 작동한다. 임오경 법안에는 이런 연계 구조가 없다. 유통을 막는 규제만 있을 뿐, 그로 인한 손실을 어떻게 보전할지에 대한 설계가 빠져 있다.


중견 배급사 대표 D씨는 "프랑스 모델을 가져오려면 해당 구조 전체를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며 "홀드백만 늘리고 방송사·OTT의 제작 투자 의무는 빠진다면 제작사와 배급사만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찬반 양측이 공유하는 전제가 하나 있다. 홀드백이 정상화돼야 한국 영화 산업이 살아난다는 것이다. 다만 그 순서에 대한 견해는 차이가 크다. 극장 측은 홀드백 법제화가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극장이 먼저 다양한 영화를 충분히 오래 상영하는 관행을 조성해야 홀드백 보호에 의미가 생긴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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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신 고려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비자가 긴 기간 영화를 못 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극장에서 영화가 오래 상영되도록 기간을 보호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런 내용이 빠져 있는 영비법 개정안은 정상적인 법안이 아닌 '블랙아웃' 법안"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정부 또한 극장을 찾는 발길이 줄어드는 게 코로나19와 넷플릭스의 영향이라고 단순하게 보는 것 같다"며 "그런 시각으로는 소비자를 극장에 가라고 강요하는 블랙아웃 법안만 나온다. 산업 구조 내부를 더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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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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