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기업간에 '죽느냐 사느냐'의 목숨을 건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은행들은 선제적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부실이 금융권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며 '재무구조개선약정(MOU)'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꺼내들었다.

이에 대해 MOU체결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기업들은 '감기몸살에 메스부터 꺼내드는 격'이라며 격앙된 분위기다.

◆MOU 협상테이블 '혈전 예고'

산업은행이 펼쳐놓은 MOU협상테이블에서는 이미 기업의 '생존'을 가를 뜨거운 혈전이 시작됐다.

금융권은 밥캣 인수 이후 유동성 위기설로 곤혹을 치뤄온 두산그룹에 대해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의 지분을 매각해야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은 두산중공업 지분을 40%이상 보유하고 있어 일부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경영권 유지에는 문제가 없다.

반면 두산그룹은 사내 현금유보가 3조2000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주력계열사의 지분매각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자체 자구안을 제시하는 조건으로 약정체결대상에서 제외시켜줄 것을 요청할 방침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두산 중공업 일부 매각은 사실이 아니며 지분을 팔 이유가 없다"면서 "두산인프라코어가 KAI의 지분매각을 추진하고 있는데 굳이 중공업 지분까지 팔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약정 체결여부는 자체 자구안을 가지고 다시 주채권은행과 얘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산은은 이미 동양메이저에 대해 보유 부동산 등 자산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를 요구한데 이어 비주력 계열사 일부를 매각하고 그룹의 주력인 금융부문에 역량을 집중하는 방안을 추가로 요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그룹 고위 관계자는 "그룹의 주력은 동양생명과 동양증권 등 금융부문이기 때문에 전체의 13%밖에 안되는 제조업 부문 계열사에서 적자가 났다고 그룹 전체를 부실로 보는 건 억측"이라며 "제조업 부분에서 부동산 경기부진으로 인한 동양 메이저 실적 저하가 그룹 전체의 구조조정 대상으로 언급되는 자체가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이밖에 금호, 애경 등 이미 지난해부터 자구노력을 계속해온 그룹들은 자체 자구안이 추진중인 만큼 경과를 좀더 지켜본 후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게 순리라며 금융당국을 비롯한 은행권이 과거 외환위기 시절의 악몽 때문에 무리한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다는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경기가 조금만 호전돼도 얼마든지 흑자전환이 가능한 사업을 무조건 정리하라는 식은 해당 기업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요구"라며 "자구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기업에 지원은 못해줄 망정 쪽박을 깨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화살은 피했지만...자구책 마련 총력

커트라인을 오르내린 끝에 MOU체결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알려진 기업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한편 2차, 3차로 이어질 후폭풍에 대비한 체력 다지기에 한창이다.

사옥매각과 유상증자에 이어 대한ST매각까지 일사천리로 밀어붙인 대한전선은 우선주 발행을 통한 증자를 비롯해 ▲비주력 계열사 매각 ▲기투자 금융상품(유가증권/대여금 등) 현금화 ▲기유동화한 부동산의 개발진행에 따른 추가 수입 등을 통해 7000억원 가량의 유동성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전선업과 전선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웅진그룹은 1500억원대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추진중이다. 유상증자도 병행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웅진은 밥솥사업부를 부방에 매각한데 이어 계열사 합병을 통해 7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또 동부메탈을 산은이 인수키로 하면서 일단 안숨을 돌린 동부그룹은 추가로 550억원의 전환사채(CB)를 발행키로 했으며 이랜드그룹은 지주사인 이랜드월드를 통해 5000만달러의 달러표시 해외채권을 발행했다.

이외에 금호, 유진 등도 역시 비주력 금융계열사 매각, 자산정리 등을 통해 현금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정민 기자 jmkim@asiae.co.kr
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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