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위기에 휩쓸려 전 세계에서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는 중에도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책임자(CEO)들의 자리는 비교적 안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12일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기업 컨설팅업체 부즈앤컴퍼니(Booz & Company)의 조사 결과, 지난해 전 세계 2500개 기업가운데 CEO를 교체한 기업은 361개(14.4%)로 2007년의 346개(13.8%)에서 불과 15개 증가하는데 그쳤다.

금융 위기의 진원지인 북미와 유럽의 CEO 교체율은 전년의 15.1%에서 2008년에는 14.8%로 오히려 낮아졌다. 반면 과거 서구보다 CEO 교체율이 낮았던 아시아 지역에선 의외로 높은 교체율을 보였다. 아시아 지역 가운데 특히 CEO 교체율이 높았던 일본의 경우 2007년 10.6%에서 2008년에는 16.4%로 껑충 뛰었고, 나머지 아시아 지역의 CEO 교체율도 2007년 9.2%에서 2008년엔 13%로 급증하는 양상을 보였다.

조사에서 눈길을 끈 것은 교체율은 낮아진 반면 CEO들의 재직 수명은 길어졌다는 점으로 이 역시 의외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북미 지역의 경우 CEO의 재직기간은 평균 7.9년으로 2000년 이후 최장수를 누리고 있다. 또 새로 영입된 CEO 가운데 20%는 전에도 CEO를 역임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혼란과 기업실적이 악화한 가운데서도 CEO들은 이래저래 고용이 보장된 셈이다.

부즈앤컴퍼니의 이번 조사에 참여한 파트너 펄 올라 칼슨은 "글로벌 스탠다드가 바뀌고 있다"며 "격동의 시기인 만큼 기업들이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경험이 있는 CEO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업종별 CEO 교체율은 천차만별이었지만 금융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금융기관의 CEO 교체율은 가장 높았던 반면 위기를 잘 극복해 낸 업종의 CEO 교체율은 평균보다 낮게 나타났다.

조사 대상에 포함된 578개 금융기관 가운데 무려 18%가 CEO를 갈아치웠다. 교체된 이들 CEO는 임기 만료나 합병 등의 이유보다는 일방적으로 해고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부즈앤컴퍼니의 수석 파트너였던 게리 닐슨은 "경제가 정상 궤도에 진입하면 CEO 교체율 역시 다시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현직에 있는 CEO들도 계속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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