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서비스업 동향조사에 따르면 골프장의 3월 영업실적이 13개월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한다. 봄철 성수기임에도 부진한 영업실적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는 최근 시행중인 공무원에 대한 복무감찰과 연관짓는 시각도 있었다.

 

청와대 행정관의 성매매 파문이후 실시된 공무원 복무감찰이 4월부터 시작된 점을 감안하면 실제 연관성은 없지만 최근 분위기만 보면 수긍가는 대목도 없지 않다.

 

일부 골프장에서는 공무원 골프예약이 갑자기 취소되는 바람에 성수기임에도 빈자리가 많이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올 정도다.

 

비슷한 맥락에서 대기업의 한 임원은 요즘 공무원들이 그야말로 복지부동이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서슬퍼런 복무감찰의 위세때문에 공무원들이 극도로 몸을 사리는 바람에 정부를 상대로 이른바 '대관(對官)업무'를 하는 파트에서 일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공무원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난 모 부처의 고위 공무원은 저녁 술자리는 엄두도 못내고 점심약속을 외부인사와 하는 것도 신경쓰인다며 엄살(?)을 떨었다.

 

혹시나 시범케이스에 걸릴까 몸을 사려 민간인들과의 접촉은 가능하면 피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 돈을 내고 술을 마시든 골프를 치는 것도 안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쯤되면 공무원 사회 전체가 복무감찰에 대한 노이로제에 걸렸다고 해도 무방할 듯 싶다.

 

복무감찰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집권 2년차를 맞아 자칫 해이해질 수 있는 공무원들의 자세를 다시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또 청와대 행정관 파문만 하더라도 사회적 충격이 컸던 만큼 공무원 사회가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나쁘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미 고강도 복무감찰은 공무원 사회의 또다른 복지부동을 불러오고 있다. 실제 공무원들은 '이 시기가 조용히 지나가길 바랄 뿐'이라며 일상적인 업무외에는 하지 않는다는 수동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권의 실세중 한명으로 인식되고 있는 이석연 법제처장은 공직사회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정부는 국민불편을 없애기 위해 적극적이고 현장위주의 행정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 취지였다.

 

대통령이 수차례에 걸쳐 공무원이 소신을 갖고 업무를 추진하다가 잘못되는 경우에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언급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렇게 납짝 엎드리게 만들어 놓는 분위기에서 자신의 소신을 펼치며 얼마나 많은 공무원들이 자신의 몸을 던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또 억눌린 듯한 분위기에서 창의적인 행정이 나오길 기대할 수 있을까.

 

공무원 사회의 사기 저하도 문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공무원들은 '워커홀릭(workaholic)'이라고 불릴 만큼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통령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앞장 서서 일을 챙기는 마당에 대놓고 놀 수 있는 간 큰 공무원은 별로 많아 보이지 않는다.

 

이런 현실에서 수시로 감시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유쾌할 수 없다.

 

차량 5부제나 임금 반납 등에서 보듯이 공무원은 항상 솔선수범의 대상으로만 인식돼 왔다. 하지만 공무원도 사람이다. 숨쉴 공간을 주지 않고 몰아부치기만 해서 일이 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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