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가운데 경제 주체들 사이에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점점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이번 글로벌 경기 침체의 근원이었던 미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미국의 한 언론에서는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경기 회복 징후 8개를 소개하기도 했다. 주택시장 바닥 신호, 주가 상승, 소비심리 회복, 신용 경색 완화 등 미국 경기가 바닥을 지나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L자형 경기 침체를 예상했던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뉴욕 대학의 루비니 교수도 최근 조심스럽게 U자형 경기 회복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특히 심리 안정이 그렇다. 자산 버블 붕괴 이후 위기가 상당 부분 심리적 위축에 근거한다는 점에서, 시간이 흘러 무뎌져서든 강력한 정부 정책이 신뢰를 얻어서든 심리가 안정되고 있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다. 게다가 자산가격 움직임을 보면 이제는 심리 안정을 뛰어 넘어 수익 극대화 욕구가 꿈틀거리고 있는 듯 하다. 당연히 향후 성장에 긍정적이다.

상황이 이러니 채권시장은 긴장할 수 밖에 없다. 세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일단 안전하지만 수익률이 낮은 채권을 팔고 주식이나 부동산 등 위험자산을 사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둘째, 경제가 좋아지면 기업들이 돈을 끌어다 할 일이 늘어나니 시중 자금사정이 빡빡해질 수 있다. 셋째, 중앙은행이 그 동안 풀어놨던 돈을 흡수할 가능성이 있다. 아무래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채권시장의 긴장은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필자는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금리 상승이 길고 빠르게 진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필자의 의심은 결국 이것이다. 정말 경기가 의미 있게 회복할 것인가, 그리고 지금 나타나고 있는 위험 자산 투자가 정말 좋은 수익을 거둘 것인가, 나아가 채권 투자는 앞으로 상당 기간 불리한 대안이 될 것인가?

그렇다면 시장에서 나타나는 여러 좋은 징후들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왜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간단하다. 지금의 경기 회복 조짐들이 주로 극도로 확장적인 각국 정부의 재정·통화정책과 단기간에 급격하게 내려간 유가에 의해 나타난 현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즉, 지금 당장은 감세, 내려간 이자 부담과 에너지 소비 부담이 소비 여력을 늘이고 있지만 그 효과는 한시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다. 감세 규모의 확대나 금리, 유가 하락이 제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각국의 성장률은 정체될 수 밖에 없다.

물론 금융시스템 와해와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던 작년 말에 비해 지금은 상황이 크게 개선된 셈이다. 그것 만으로도 지금까지의 위험자산 가격 상승과 채권 가격 하락은 정당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저성장은 결국 기업 수익의 정체와 자금 수요의 감소로 이어진다. 자산 가격이라는 게 결국 해당 자산이 창출하는 미래의 현금 흐름을 반영한다는 점, 그리고 자금 수요가 금리 결정의 주요 변수란 점을 감안할 때 지금 나타나고 있는 자산별 가격 흐름이 변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위험 자산 투자에 있어서 신중함이 필요한 시기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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