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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들지 않은 탑, 무너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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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던 유동성과 낮은 금융비용, 치솟던 국제유가..' 불과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세계 곳곳은 넘치는 돈을 어디에 써야할 지 몰랐다.

특히 오일머니가 넘치던 중동의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더 높이 올라가려는 인간의 욕망은 '무죄'라는 듯 끊임없이 초고층 빌딩의 밑그림을 그렸다.

29일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무너지는 타워들'(Collapsing Towers)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경기침체가 가장 야심한 몇몇 초고층 프로젝트에 제동을 걸고 있다고 보도했다.

포브스는 만약 금융위기가 터지지 않았다면 이러한 계획들은 2020년경 모두 현실화돼 현재 완공건물 중 가장 높은 빌딩인 '타이베이 101'(508m)이 겨우 스무번째 높은 빌딩으로 랭크될 뻔 했다고 설명했다 .

지난해 국제유가가 최고 배럴당 147달러에 이를 만큼 고공행진이 계속될 당시 중동에서만 10개의 초고층 프로젝트가 계획됐다.

인구 150만의 작은 나라 두바이에서는 이중 6개가 발표됐으며, 쿠웨이트에서도 1001m의 '아라비안 나이트'라는 초고층 빌딩을 포함한 신도시 계획(총 1320억 달러)이 발표되기도 했다. 또 사우디 제다에서도 '마일하이' 라는 1600m짜리 초고층 프로젝트가 추진됐다.

중동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우후죽순처럼 초고층 프로젝트가 잇따라 발표됐다. 러시아에서는 '모스크바 타워'가, 미국에서는 '시카고 스파이어'와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재건사업 등이 진행됐다.

그러나 금융위기는 이러한 야심찬 꿈들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금융위기 이후 중동에서는 넘쳐나던 오일머니는 순식간에 말라버리고, 쉽게 얻을 수 있었던 대출은 하루아침에 막혀 버렸다. 수많은 프로젝트들도 축소 또는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유가 등 상품가격의 하락은 러시아 경제도 순식간에 어렵게 만들었다. 뉴욕/뉴저지 항만당국이 의뢰해 최근 발표된 한 보고서에 따르면, 만약 월드트레이드센터 재건사업이 계획대로 완공되면, 맨하탄에는 너무 많은 사무실이 생기게 돼 2037년이 돼야 사무실이 모두 채워질 것으로 분석됐다.

고층빌딩 및 도시주거 회의(CTBUH)의 데이타베이스 편집장 마샬 지로메타는 "경제가 회복되면, 많은 초고층 빌딩 프로젝트들도 그렇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현재 이러한 프로젝트들이 모두 취소될 것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나는 조금은 긍정적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가장 많은 초고층 빌딩이 계획됐던 두바이와 쿠웨이트에서 유독 금융위기의 여파가 큰 것은 무엇 때문일까?

초고층 빌딩을 찬양하는 이들은 초고층 빌딩은 경제적 이유 보다는 상징적 이유 때문에 계획된다고 설명한다. 버즈 두바이의 발주처 에마르 프라퍼티스의 알라바르 회장은 지난해 "버즈 두바이는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인간의 성취"라고 표현했다.

너도 나도 초고층 빌딩에 열광했던 시절 일각에서는 '바벨탑의 저주'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내기도 했다. 여러 개의 높은 탑을 쌓아올릴 준비를 하고 있는 한국도 이제는 공을 좀 들여서 탑을 쌓아올려야 될 듯 싶다.


김병철 두바이특파원 bc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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