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성북구에 위치한 한 중고 대학교재 전문 서점은 한산한 모습이다. 드물게 인근에 있는 대학생들이 책을 사가기 위해 들르지만 수강과목 변경 등으로 전공서적을 다시 구입하려는 학생들로 북적였던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신학기철이 지나고 비수기에 접어들긴 했지만 전년보다 20%이상 매출이 감소했다"고 가게 주인은 말한다. 신학기 특수라는 말도 이젠 옛말이다. 한푼이라도 돈을 아끼려는 학생들이 전공 서적 등을 불법인 줄 알면서도 제본해서 쓰는 경우가 많아졌고, 해당 과목의 교수들도 교재를 아예 직접 만들어 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대문에 위치한 중고서적 전문점들도 마찬가지다. 한 점포 사장은 "원래 거의 폐지보다 조금 더 받는 수준'이라며 어두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지역 소매상에 공급하는 대여점용 무협, 환타지 소설이 최근 그나마 잘 나가지만, 전반적인 경기 불황의 여파를 중고서적이라고 피해갈 순 없다"는 게 현지 상인들의 입장이다.
중고서적 등을 취급하는 온라인쇼핑몰이나 오프라인 점포가 경기불황의 여파로 고전하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지난 해보다 평균 30%정도 매출이 줄었다고 한다.
이같은 중고서적 판매량의 감소는 인터넷 서점 등이 덤핑에 가까운 40%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책을 파는 곳도 등장하면서 상대적으로 중고의 인기가 줄었기 때문이라는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다.
잡코리아가 최근 직장인 1280명을 대상으로 독서량에 관한 설문을 실시한 결과 대부분이 ‘인터넷 서점’(67.8%)을 주요 구매처로 꼽았다. 다음으로 오프라인 대형 서점(23.3%) 동네 서점(5.0%) 중고서점(1.8%) 순으로 중고서적시장의 마켓쉐어는 미미했다. 먹고사는 데 지친 시민들의 줄어든 독서량도 중고서적시장을 위협하는 요소다. 독서 습관을 가로 막는 가장 큰 원인을 조사해니 전체 인원중 47.3%가 ‘피로’를 꼽았다.
중고서적을 취급하는 온라인 몰도 불황의 여파가 크다. 아동용 전집류를 취급하는 P 사이트의 경우 프뢰벨 전집 등 꾸준한 스테디셀러 외에는 사전, 전집류의 판매량이 예전보다 못하다고 말했다. 온라인 오프라인을 둘 다 취급하는 충남에 있는 S 서적의 경우 3,4월 신학기를 맞아 대학 전문서적이나 중고등학생용 교재와 교과서 종류가 잘 팔리지만 역시 판매량은 예전만 못하다. 오프라인매장을 찾아오는 손님 수도 줄었다. 이 서점의 경우 주 고객층은 주로 주말에 가족단위로 찾아와 전집류나 아동 서적을 사던 손님이었는데 현재 전년대비 절반 가량인 20가족 정도가 주말에 매장을 찾는다고 한다.
이같은 불황여파를 극복하기 위해 색다른 시도를 하는 곳도 있다. 분당에서 최근 문을 연 '골드인북스' 서점은 중고서적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오프라인 매장이다. 역세권의 비싼 점포임대료에도 불구, 중고서적 전문 매장을 연 이유에 대해 가게주인 윤성술 씨는 "상권이 뒷받침되면 70%의 마진이 보장되는 중고서적 시장은 입지선정만 잘한다면 충분히 매출을 올릴 수 있으며 현재 하루 매출 30-40만원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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