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19ㆍ고려대)는 아무 일도 아닌 듯 쉽고 가볍게 얼음을 지친다. 마치 빙판 위를 날아다니는 것 같다. 하지만 파워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다른 선수들은 점프에 앞서 속도를 줄이는데 김연아는 최고 속도를 유지한다. 그러면서도 착빙하는 모습은 베개 위에 사뿐히 내려앉는 듯하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의 '2009 국제 빙상 경기 연맹(ISU) 세계 피겨선수권 대회' 여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김연아 선수의 경기 모습에 대해 AP통신은 위와 같이 표현했다.
AP통신은 김연아의 성(姓)인 '킴'을 발음이 비슷한 '퀸'으로 아예 바꿔 붙였다. '피겨 여왕'에게 보내는 갈채다.
하지만 우리가 김연아에게 갈채를 보내는 이유는 또 있다. 스무 살이 채 안 된 그가 세계 최고로 우뚝 서기까지 피나는 노력을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렸을 적 '피겨 신동'이라는 별명까지 따라붙은 김연아였지만 화려함 뒤에 어린 소녀로서 감당하기 힘든 아픔도 있었다. 그는 2005~2006 시즌에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등 4개 대회를 석권했다. 하지만 2006~2007 시즌에 부상과 스케이트 부츠 문제로 심각하게 은퇴까지 고려했던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후 이른바 '진통제 투혼'으로 라이벌인 일본의 아사다 마오에게 역전 우승하며 인간 승리를 연출한 것이 2006년 12월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다.
지난 29일 김연아가 금메달을 목에 걸기 전 우리에게는 18일 간의 행복한 시간이 또 있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이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준우승하기까지 우리에게 안겨준 달콤한 시간이 바로 그것이다.
그때 그리고 그제 우리는 왜 그토록 열광했을까. 왜 그토록 행복했을까. 이명박 대통령과 한승수 국무총리의 축전 내용에서 이유를 알 수 있다.
이 대통령은 김연아와 가진 전화 통화에서 "이 어려운 시기에 많은 국민에게 큰 용기와 희망을 줬다"고 치하했다.
한 총리는 "김 선수의 눈부신 활약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있는 국민에게 큰 용기와 자신감을 심어줬으며 한국의 국가 브랜드를 세계 속에서 드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뒤집어 말하면 '국가가 국민에게 주지 못한' 용기, 희망, 자신감을 어린 김연아가 줬다는 뜻 아닌가.
경제난도 모자라 '박연차 리스트', '장자연 리스트'로 답답했던 우리로 하여금 김연아와 WBC 야구 대표팀이 그것들을 잠시 잊게 해줬기에 우리는 더 열광했다. 암울한 요즘 우리 모두 김연아와 야구 대표팀에게서 희망을 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집권 정당은 김연아 선수가 2009 ISU 4대륙 피겨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하자 지난달 16일 '경제도 김연아처럼'이라는 슬로건을 내걸더니 지난 30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당대표가 "김연아 선수를 본받아 (경제위기 극복의) 세계 챔피언이 되자"고 역설했다.
그렇다면 정치권은 대한민국을 세계 챔피언으로 우뚝 세우기 위해 당과 당파까지 떠나 피나는 노력이라도 기울였는지 한 번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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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아무 일도 아닌 듯 쉽고 가볍게 경기 한파를 헤쳐 나온다. 마치 글로벌 경기 침체의 파고 위를 날아다니는 것 같다. 하지만 파워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다른 나라들은 점프에 앞서 주춤하는데 한국은 최고 속도를 유지한다. 그러면서 경기가 이따금 하강해도 베개 위에 사뿐히 내려앉듯 연착륙한다."
AP통신을 타고 조만간 이런 뉴스가 들려오길 바라는 것은 과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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