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문턱 낮춰 연말까지 1조3600억 대출
정부 "적극 동참"..은행 "일괄적용은 곤란"
7·8등급만 혜택 가능성 '반쪽 정책' 우려
20대 중반의 A씨는 지방 소도시의 간호대학을 졸업한 후 갑작스레 직장을 구하게 됐다. 집과 직장의 거리가 너무 멀어 자동차로 출근을 하거나 집을 새로 얻어야 하지만 대학마저 학자금 대출로 겨우 마친 그녀에게는 무리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새로 얻은 직장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 A씨는 은행들을 돌아다니며 신용대출을 신청했으나 사회초년생인 그녀에게 쉽게 대출을 해주는 곳은 찾기 힘들었다. 그렇다고 대부업체 등 제2금융권의 30~40% 금리는 A씨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러다 발견한 것이 A은행의 '서브크레딧론'. A씨는 저신용자를 위한 상품이라는 말에 A은행을 찾아갔고 17%의 금리로 500만원을 대출받아 원룸을 얻을 수 있었다.
$pos="L";$title="(표)20090320";$txt="";$size="278,354,0";$no="200903201045451535485A_6.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정부가 저신용자 전용 대출상품을 확대키로 하면서 그동안 2금융권의 고금리대출로 울며 겨자먹기로 이용해야했던 저신용자들이 은행 문턱에 한걸음 더 다가게 됐다.
대부업체에 2000만원을 연 40% 이자로 빌려야할 사람이 은행권 저신용자 전용 대출상품을 이용할 경우 연간 600만원의 이자비용(대출이자 10% 가정)을 절감할 수 있다. 기침체 여파로 기존 소득이 줄면서 원금은 커녕 이자도 제때 갚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마른하늘에 '단비'가 아닐수 없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신용평가기관 평가 7~10등급에 해당하는 이른바 '저신용자'들은 816만명에 달한다. 성인 다섯 명 중 한 명, 경제활동인구 세명 중 한 명꼴이다. 이중에서 은행권과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불가능해 사(私)금융의 문을 두드릴수 밖에 없는 사람들만 445만명에 이른다.
정부가 지난 12일 '민생안정 긴급지원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저신용자 전용 대출'은 경기침체 여파로 저신용자들의 금융애로가 가중되고 있는 것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이다. 은행들이 대출심사시 사용해온 기존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에서는 저신용자들이 신용대출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이들을 위해 별도의 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해 대출을 가능토록 하는 제도. 국내 14개 은행들이 연말까지 총 1조3600억원을 저신용자들에게 신규 대출해주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이다.
하지만 정부의 목표와 은행들의 입장에는 시각차이가 있다. 저신용자 대출 부실화를 우려한 은행들로서는 신용등급 7등급 이상의 저신용자들에게 일률적으로 대출혜택을 주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부실대출은 곧 은행 건전성에도 직격탄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대출심사시 일률적인 등급에 의존하지 않고 이용자들의 상환의지나 능력을 보고 거래정보 등 추가 사항를 포함하는 은행 내부 기준을 적용할 것"이라며 "신용불량 등록이 된 사람들은 원칙적으로 제외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용불량이나 현재 연체대출이 있는 사람은 은행 입장에서 부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를 안하고 무조건 퍼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은행 관계자도 "기존에 정상적으로 금융권 거래를 잘하고 있던 사람들은 대출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기존 거래에서 문제가 있던 사람들인 대출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부가 신용등급 7등급 이하를 저신용자 전용 대출 대상으로 정했지만, 연체경험이 있거나(통상 9등급), 금융채무불이행자(통상 10등급)의 경우 대출 대상에 포함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저신용자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우량한 7~8등급만 가능하다는 얘기다. 특히 실직자나 가정주부 등 특정 직업이 없는 경우에도 대다수 은행에서 대출을 꺼리는 상황이어서 혜택 대상은 더욱 좁아질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저신용자 대출에 소극적인 은행들의 현상은 현재 관련상품을 취급하고 있는 곳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A은행의 경우 총 1500억원을 저신용자 대출한도로 배정해놓고 관련상품을 취급하고 있지만 현재 실적은 300억원에도 못미친다. B은행 역시 300억원을 관련 사업으로 책정해놓았지만 10억원에 불과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도 은행들의 이러한 측면을 이해한다는 입장이지만 사회공헌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라는 눈치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실을 최대한 줄여야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면서도 "은행별 저신용자 대출한도가 최대 2000억원을 넘지 않아 전체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사회공헌 측면을 보다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러한 점을 감안해 저신용자 대출상품의 보완장치도 마련할 계획이다.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보증을 통해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이 7%대의 금리 수준으로 저신용자에 소액대출을 해주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영세 자영업자로 한정돼 있는 소액대출 대상을 신용등급 7~10등급에 해당하는 개인으로까지 확대해 500만원 이내의 소액대출을 시행하도록 지역신용보증재단법을 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 개정하기로 했다.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김준형 기자 raintr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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