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의 긴 터널이 이제 끝나는 것인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 정부에 손 벌렸던 부실 기업들이 "추가 지원은 필요 없다"며 손사레를 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낙관론 일색의 실적 전망을 내놓는가 하면 자사에 대한 "비난을 멈추라"며 정부에 큰소리 치기도 한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케네스 루이스 회장은 이날 보스턴 대학 최고경영자(CEO) 클럽에서 연설하는 가운데 "지난 1~2월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루이스 회장은 이어 "올해 매출 1000억달러, 세금ㆍ충당금 공제 전 500억달러의 이익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며 "BOA가 현재 진행 중인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통과해 정부로부터 추가 자금 지원을 받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BOA 주가는 18.7% 급등했다.

생사기로에 서 있던 제너럴 모터스(GM)도 성명에서 "이달 20억달러의 자금 지원이 필요 없다"고 밝혀 주가가 17.2%나 껑충 뛰었다.

GM측은 "지난 2개월 동안 비용절감 노력을 가속화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7일 "다음달 20억달러를 당장 지원 받지 못하면 현금이 바닥나게 될 것"이라며 읍소한 지 한 달도 안 돼 말이 바뀐 것이다.

333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하고 정부로부터 250억달러나 지원 받은 JP모건체이스의 태도도 느긋했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11일 CNBC와 가진 회견에서 "JP모건이 위기를 잘 헤쳐 나아가고 있다"며 "올해 들어 2월까지 순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JP모건은 지난달에도 올해 1ㆍ4분기 실적이 시장의 기대에 부합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다이먼 CEO는 한 발 더 나아가 정부에 대해 쓴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는 "정부가 금융권에 대한 일방적인 비판을 중단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을 경우 연말까지 금융시스템을 구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최근 오바마 정부가 금융권의 보너스 규제 및 도덕성 질타와 관련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이에 앞서 10일 씨티그룹의 비크람 팬디트 CEO는 "올해 1~2월 1년여만에 최고 실적을 올렸다"며 "1~2월 자산 상각 공제 전 매출이 190억달러에 이른다"고 말해 당일 뉴욕증시의 폭등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들 기업에서 내놓은 매출과 이익은 자산 상각 공제 전 수치이기 때문에 별 의미 없다는 지적이다. 이들 부실 기업의 문제는 매출이 적은 게 아니라 부실 상각이 컸다는 점이다. 부실 자산의 상각 규모가 경상 이익을 압도할 경우 아무 쓸모 없게 된다.

더욱이 대형 은행들의 장기 생존 가능성을 판가름할 스트레스 테스트가 현재 진행 중이다. 결과에 따라 씨티그룹 같은 대형 은행들이 금융권의 '폭탄'으로 재변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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