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인천 북항 수입차 야적장
BMW·포르쉐 등 수천대 먼지만 '가득'
판매급감에 올들어 신차 반입도 실종



국내 판매되는 수입차의 대부분이 머무른다는 인천 서구 북항을 찾은 11일. 좁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 수입차가 빼곡이 세워져 있는데 각각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한 쪽은 반짝이는 수입차들, 다른 한 쪽은 때가 탄 광택잃은 수입차들이다. 어느쪽이 새 차일까.

놀랍게도 보호필름이 너덜거리고 먼지가 더께앉은 수입차들이 새 차다. 이들이 세워진 길 이쪽은 국내 최대규모 수입차 야적창고인 S사 보세창고다. 길 반대편 인천 그랜드CC 골프장 주차장에 세워진 수입차들과 비교하면 어느것이 새 차이고 어느것이 헌 차인지 혼동이 될 정도다.

국내 수입차 판매가 급감하면서 수입차 재고 장기화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이날 S 보세창고와 인근 F사 야적장, B사 야적장에는 닛산과 인피니티, 포드, 혼다, 푸조, BMW는 물론 초고가 차량인 페라리와 마세라티, 포르쉐 등 줄잡아 수천대의 수입차가 먼지를 뒤집어쓰고 출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S사 보세창고측은 야적장 공사가 진행 중이라며 취재진의 진입을 거부했지만 야적장은 조용하기만 했다.

지난해 월 6000대에 육박하던 수입차 판매는 올 들어 2월까지 3000대를 조금 넘기는 수준으로 급감했다. 3월 판매 역시 전월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일부 브랜드의 추가 수입이 거의 중단됐으나 수입차 재고는 크게 줄어들이 않고 있다. 특히 이 재고들은 지난 겨울을 지나면서 수 개월간 야적장에서 정지 상태로 눈과 비를 맞은데다 이제는 황사까지 뒤집어써 도저히 새 차라고는 보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오히려 매장 전시차를 사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북항에서 트레일러를 모는 남 모(46)씨는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이 좁은 진입로에 수입차를 실은 추레라(트레일러)가 수시로 몰려들어 좁은 진입로에 정체가 발생하곤 했다"며 "그런데 올 들어서는 거짓말같이 새차 반입이 딱 끊겼다"고 말했다.

재고가 없는것도 문제다. S사 보세창고 관계자에 따르면 창고내 혼다의 재고는 듣던대로 소량에 불과했다. 2월 판매가 급감한 혼다는 본사 차원에서 채산성이 맞지 않는 한국행 물량을 크게 줄인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판매실적이 양호한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위탁해 사용하고 있는 인근 D기업 원자재 야적장은 사정이 좀 나아보였다. 수 시간 취재를 진행하는 동안 두 대의 트레일러 차량에 나눠 10여대의 골프가 인천항을 통해 들어오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야적장에 수입된지 상당시간이 지난 모델이 눈에 보였다.

수입차 업체 한 관계자는 "자체 야드를 보유하지 않은 수입차 업체들은 재고가 하루하루 늘어나는 것이 그대로 금전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장기 재고가 된 차량들이 성능상의 문제라도 일으키는 날이면 제 발등을 찍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우경희 기자 khw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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