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반 IBM은 막대한 적자와 관료주의 팽배로 무너지는 공룡,가라앉은 거함 등 온갖 불명예를 떠앉았다.IBM 구원투수는 내부인사도, 업계 인사도 아닌 담배, 과자를 팔던 RJR나비스코사 회장 루 거스너였다. 터프한 경영자(tough manager)인 루 거스너는 IBM의 관료주의의 팽배, 느린 경영속도, 높은 경비구조를 차례차례 혁파하면서 IBM을 제조업에서 완전한 서비스업으로 탈바꿈시키며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는 자서전을 냈다.

전자업계 간판 CEO에서 공기업 구원투수로 변신한 김쌍수 사장도 '혁신전도사' '쌍칼'의 별명처럼 터프한 경영자다. 그는 지난해 10월 방만경영의 대명사격인 한전 사장으로 취임한 후 강도 높은 개혁을 예고했다. 3개월 뒤 학연,지연,혈연, 청탁과 로비로 얼키설킨 한전의 인사관행부터 깨부수었다.

지난 1월 21년만에 직급체계를 7단계에서 5단계로 단순화시키고 처장급 76%를 대폭 교체했다. 이어 1월 11일 2직급 이상 간부 1073명에 대한 인사를 앞둔 전날 저녁, 김 사장은 간부직 54명에게 다음날 오전 본사로 출근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곤 "강당으로 가라. 함께 일할 직원을 선발하라. 단 성과와 실적이 기준이다"며 문을 잠구었다. 54명의 간부들은 다음날 새벽까지 1000여개 직위에 지원한 5700여명의 지원서를 검토하고 직접 선발했다. 그 중 대부분은 별다른 절차없이 후속인사에 그대로 반영됐다.

김 사장은 "한전이 공기업의 이미지를 벗고 비즈니스 본업에만 전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공기업에 전례없는 파격인사는 "인사 개혁이 없이는 어떠한 혁신도 성공할 수 없다"는 판단때문. 그는 "인사청탁은 절대 용납않는다. 인사청탁하면 반드시 불이익을 주겠다"고 수 차례 강조했다.

김 사장에게 남은 것은 고비용 저효율 경영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김 사장도 이미 "70%는 현장에서 30%는 집무실에서 근무하겠다. 문제가 생기면 현장에서 즉시 발견해 해결하겠다"며 현장경영,속도경영을 예고했다. 김쌍수 사장이 코끼리 한전을 춤추게 만들지, 한전발 개혁이 공기업 전체로 확산될지 기대가 높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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