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정착 이것이 포인트.. 下
"굴뚝산업이 우리를 먹여살렸지만 더이상 굴뚝 산업만으로 먹고 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젠 금융산업을 통해 국가의 신성장동력을 찾을 때다"
자본시장 내 칸막이를 없애고 자유로운 경쟁을 유도해 온 금융선진국들의 공통된 고민은 바로 '성장정체성'이었다. 금융시스템이 탄탄해야 제조업 등 다른 산업도 성장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이들 국가가 찾은 답이었다.
우리나라 또한 마찬가지다.
지난 2007년 자본시장법 제정을 준비하며 남다른 각오를 다졌다. 아시아의 신금융시스템을 다지겠다는 목표로 달려왔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자본시장법 시대가 본격적인 막을 열었지만 금융투자사들은 아직도 어떻게 대처할 지 고민하고 있는 모습니다.
특히 선진 모델로 삼았던 리먼브러더스 등 굴지의 IB(투자은행)가 차례로 무너지며 더욱 설왕설래하고 있다.
그럼에도 가장 해외 금융선진국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한국형 IB를 만들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금융업계 관계자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호주, 금융낙후국의 오명을 벗다=호주는 자본시장법의 수혜를 가장 많이 본 국가로 꼽히고 있다.
미국과 영국이 통합 자본시장 시대의 초석을 마련했지만 영연방 국가인 호주 또한 이들 국가를 모델로 글로벌 금융공룡을 탄생시키며 탄탄한 기로를 걸어왔다.
사실 호주는 국가 출범 초기, 화폐 부족 사태를 겪을 정도로 금융 낙후 국가로 분류됐었다.
그러나 지난 2001년 금융서비스개혁법을 통과시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전 호주 정부는 증권과 선물에 대한 규제를 분리했었는데 금융서비스개혁법을 탄생시키며 이에 대한 장벽을 무너뜨린 것.
덕분에 법 시행 이후 자본시장 관련상품 거래대금이 2000년 419억 호주달러에서 2004년 824억 호주달러로 늘었다.
아울러 새로운 금융상품들이 쏟아졌고, 맥쿼리그룹과 같은 글로벌 금융기관이 탄생하는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알렌 카메론 전 호주증권투자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열린 자본시장법 관련 국제콘퍼런스에서"호주정부도 금융서비스개혁법(FSRA)을 시행한 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면서도 "호주는 FSRA를 통한 금융시장 개혁에 일조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日, 투자자 보호 철저 =일본판 자본시장법은 지난 2007년 9월 도입된 '금융상품거래법'이다. 1996년 당시 하시모토 총리가 장기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일본판 금융빅뱅을 선언한지 10년만에 신 금융법률이 제정됐다.
금융상품거래법은 주식 채권 및 투자신탁의 수익증권 등의 유가증권뿐 아니라 보다 금융선물거래업 상품펀드판매업 증권투자고문업 투자신탁위탁업 투자법인자산운용업 등 폭넓은 금융상품을 규제범위에 포함시켰다.
또한 국내 자본시장법의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른 투자자보호 문제에 있어서 전문투자자와 일반투자자를 구분, 규제완화와 투자자보호를 동시에 누리는 효과를 얻고 있다.
물론 일본 펀드업계도 펀드 판매가 예전보다 줄었다는 이유로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투자자보호가 강화된 것만큼은 분명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실제 판매사들은 자체 내규를 강화하는 한편 자발적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증권사가 파산할 경우 일반투자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한해 최고 1000만엔까지 투자금액을 보호받도록 하는 등 투자자보호에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금융서비스개혁을 먼저 실천한 국가들을 볼 때 국가 전체가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을 볼 수 있다"며 "자본시장법이 한국에서 정착돼 금융산업 발전으로 이어지면 동남아 등지로 수출할 수 있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수희 기자 suhee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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