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셰어링' 2년후가 걱정된다
할일 없는데 무작정 선발 고용구조 왜곡....기업경쟁력 약화
#사례 1.A증권 사장은 그룹의 '일자리 나누기'(잡셰어링) 정책에 따라 300명의 인턴을 채용키로 했지만 고민이 많다.당장 인턴사원 선발 후 이들을 어디에 배치할 지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현재 본사 및 지점에서 수요 조사를 하고 있지만 인턴 사원을 받게 되면 오히려 부담만 된다며 손사래를 쳐대는 직원들 앞에선 사장도 어쩔 수 없다.
#사례 2.그동안 별도로 인턴십을 진행해 왔던 B은행은 이번에 인턴을 추가 채용키로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당장 인력을 필요로 하는 실무 부서가 없기 때문이다.
이 회사 사장은 "금융위원회에서 은행권도 청년인력 해소 차원에서 대졸인턴 채용에 참여하라는 협조 요청이 들어왔고,부담되지 않은 수준에서 인턴을 채용할 계획이지만 실무 부서에서 난감해 하고 있어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잡셰어링'(임금 삭감을 통한 일자리 확대) 확대 참여를 독려받고 있는 대기업들이 고민에 빠졌다.
당장 한 치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글로벌 경제위기로 올해 경영계획마저 짜지 못한 상황에서 고용확대에 대기업들이 나서줄 것을 정부가 주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의 고민은 25일 열린 30대 그룹 인사담당자 회의에서도 그대로 묻어났다.
이날 회의에서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은 대졸 초임을 어느정도 줄여 신규인력을 충원할지를 놓고 이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들은 정부의 '잡셰어링' 정책이 자칫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나아가 고용구조 불안을 심화시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S그룹 임원은 "최근 정부의 잡셰어링 정책은 단순히 현재의 악화된 고용상황을 타개하려는 임시방편"이라며 "보다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식직원을 뽑아야 하는데, 단순히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단기형태의 인턴을 선발해 운용할 경우 기업은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없고, 인턴사원 역시 기업에 대한 소속감을 가지고 일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P그룹 관계자는 "만약에 30대 대기업들이 모두 인턴을 몇 백명씩 뽑아서 운용할 경우 이들만해도 1만여명에 이를 것"이라며 "산업 고도화에 따른 인력감축 흐름에 역행할 뿐더러 자칫 기업의 경쟁력만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인위적인 '잡셰어링' 정책보다는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투자분위기를 확산하고, 이를 통해 유휴인력을 끌어들이는 방안이 더욱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원 이정일 박사는 "잡셰어링은 위기 극복을 위한 바람직한 방향이긴 하지만 기존 직원들의 잡셰어링 동의나 합의도출이 쉽지 않고, 인턴제가 기업의 인력확보의 보편적 방법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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