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자본'화 되고 '투자'가 된지 오래다.
인적자본을 양성하기 위한 투자의 하나로 선행학습이 있는데 이는 학교에서 배울 내용을 몇 달 혹은 한 두 학기 일찍 배우는 것을 말한다.
초등학교 때 중학교 과정을 배우는 경우도 있다. 예습과는 전혀 다른 선행학습이란 용어는 경쟁과 차별, 속도에 익숙한 대한민국만의 풍속도이다. 선행학습은 예습과 다르다. 예습은 그 날이나 다음 배울 것을 짧은 시간에 미리 훑어보는 것으로 수업에 대한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선행학습은 주로 영재들을 대상으로 하는 심화학습과도 다르다. 아이들의 지적 발달 능력을 고려하지 않는 데에서 오는 차이다. 학원과 과외선생님에게 의존한다는 점에서 스스로의 학습인 자율학습과도 구분된다.
경제는 곧 시장이고 시장의 기초는 자율과 책임이다. 타율성에 기초한 선행학습은 자기선택의 원리가 무시된다. 자발적 선택이 아닌 이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밖에 없다.
성적부진의 책임은 부모의 것이다.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과정을 통제하는 가운데 자신에게 가장 효율적이고 적절한 경로를 찾아가는 것이 '학습경제'라면, 선행학습은 근본적으로 반시장적이고 비경제적이다. '최소투입 최대효과'라는 경제 원리와 근본적으로 상충되며 학습의 근본적 목적인 행복추구의 최대화와도 거리가 한참 멀다.
우리나라 중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자율성이 초등학교 때보다도 퇴보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보이는 손(visible hands)' 때문이다. 시장의 주체인 부모가 경제적 선택을 잘못한 결과다.
특히 '선행'이라는 용어가 상징하듯 투자의 타이밍이 문제다. 교육투자는 자칫 과도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선물(先物)거래와는 다르다.
날 줄도 모르는 어린 독수리에게 사냥법을 가르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이들의 지적 발달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투자는 가치투자가 못된다.
성장속도에 맞는 학습내용과 강도가 요구됨에도 소화하기 힘든 선행에다 주입식 교육은 도리어 학습지체를 가져온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학원에서 한번 배우고 학교에서 다시 배우면 결승점에 쉽고도 빨리 도달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모두가 선행학습에 나섬으로써 선발효과도 더이상 무의미하다.
도리어 생산능력을 초과한 과도한 요소투입이 생산공정에 과부하를 일으키고 불량품 양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의학적으로 과잉학습장애증후군으로까지 이어지는 아이들도 있다. 과잉선행학습에 부모들의 과도한 기대가 겹치면서 발생하는 '한국병'이다.
선행학습이 주는 또 다른 비경제적 효과는 공교육이라는 공적 시장의 황폐화다. 공교육과 사교육, 이원적 교육은 공교육의 실패를 전제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학원에서 이미 배웠기 때문에 정규과정을 무시하게 되고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없어지게 된다.
교육이라는 산업에 대한 생산성의 평가를 학업성취도에만 두는 것도 반시장적이다. 기업과 상품의 사회적 공헌도가 재평가되듯, 학교교육의 또 다른 성과지표는 사회성, 리더십 등이다. 정규과정에 대한 호기심 결여는 교우관계의 무관심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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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과 긴장과 협력을 통해 교우관계가 형성되는 곳은 학교가 아니라 학원이다. 학교는 다양성에 기초한 큰 집단이지만, 학원은 소규모 동류집단이다. 이런 구조적 차이가 공교육의 중요한 지표인 사회성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선행학습을 탐구하고 학습해볼수록 반시장적임을 그리고 비경제적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선행학습의 비경제학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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