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문화사
이원희 지음/말글빛냄 펴냄/2만5000원

"재즈는 록과는 달랐다. 그것은 한없이 부드럽고 조곤조곤한 여성일 뿐이었는데, 학구파 신여성으로 돌변하더니 이내 굵은 목소리의 남자로 등장하는 것이 아닌가. 록에 비해 재즈는 너무 얌전했다. 가운뎃손가락도 좀 세워주고, 혓바닥도 길게 내밀며 분풀이를 해야 하는데, 오히려 몸 안으로 분을 꾸역꾸역 쑤셔 넣고는, 가슴속에서 그 모든 화가 불타 사라지기를 바라는 듯 웅크리고 있었다. 아픔을 잊기 위해 손바닥을 땅에 밀착한 채 손가락으로 흙을 팠고, 입으로는 자신들의 선율을 반복해서 읊조렸다. 재즈는 차분히 음만을 응시했다. 내성적인 음악이었다, 재즈는"(서문)

100년 남짓 '생즉고'의 험한 길을 걸어오며 재즈가 지니게 된 모순과 다양성은 인간을 닮았다. 재즈 초창기에는 흑인이 '예술'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저항으로 해석되는 시대였다. 흑인들은 대개 길거리 연예인과 같이 백인들이 꺼리는 일을 했다. 재즈는 여흥을 위한 도구였고 때때로 범죄를 은폐하는 배경음악이 되기도 했다.

새책 '재즈문화사'는 아프리카 흑인이 미국흑인노예가 되지 않았다면 재즈도 없었을 것이라고 언급한다. 천대받던 재즈가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해 세계예술로 발전하는 과정을 조명한다.

발전 과정에서 재즈는 다양하면서도 모순적인 요소를 특징으로 가지게 됐다. 예컨대 재즈 음악가는 재즈를 연주하기 위해 서양악기를 잡아야 했고 서양의 음계로 자신들이 버리지 못한 흑인의 음정을 연주해야 했다.

이처럼 유곽에서나 연주되던 오락용 음악이 20세기 세계예술로 성장했으니 그 성공스토리에 귀가 솔깃할 만하다. 물론 재즈는 성공의 가벼운 한 단면으로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얄팍한 음악이 아니다. 인생의 저열한 순간까지도 어쩔 수 없이 끌어안아야 했던 아픔을 담아낸 음악이다.

책은 재즈의 다양한 요소가 서로 충돌하면서도 공존하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지은이는 재즈는 늘 역동적으로 변해왔기 때문에 하나의 개념으로 정의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한다. 음악적인 측면에서도 재즈는 합리성을 지향하지만 끝내 합리성을 완성하지 않는 음악이라고 말한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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